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19년 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며 신경영을 외쳤던 바로 그날이다.
대내외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이 회장이 미래전략실장 교체를 통해 신경영 2기 체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미래전략실을 이끌던 김순택 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 삼성그룹의 공식 입장이다. 김 전 실장은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선다.
하지만 최 부회장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관전평이 적지 않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005930)를 성공적으로 이끈 삼성의 대표적인 스타 경영자다.
게다가 최 부회장은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 같은 경력을 갖춘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이다.
특히 삼성반도체 구주법인장으로 부임한 첫해에 혼자서 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100만달러어치의 반도체를 판매했던 신화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삼성전자 내에서 완제품과 부품을 두루 경험하며 세계 1위의 실적을 쌓은 경영자는 최 부회장 외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 부회장의 중용은 최근 이 회장의 유럽 출장과 맞물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유럽 주요국을 돌며 경영구상에 나섰다.
19년 전인 1993년 6월7일에도 양적 성장이 아닌 품질 위주의 '질 경영'을 주문한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호텔에서 였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이 이대로 가면 3류, 4류 회사가 될지 모른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후 삼성은 승승가도를 달렸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순이익은 신경영을 시작할 당시인 1993년 4200억원에서 지난해엔 20조원으로 47배 이상 커졌다. 매출은 41조원에서 274조원으로, 자산은 41조원에서 435조원으로, 임직원은 19만명에서 37만명으로 늘어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공격적이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라며 "이 회장이 최 부회장에게 미래전략실을 맡겨 삼성의 제2 도약을 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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