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에서 ‘알짜’된 알뜰주유소, 정유업계 판도변화 예고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삼성토탈 공급자로 선정
SK “점유율 30% 회복 전기 마련”
현대·GS, 주고 받고 2위 각축전
삼성토탈 휘발유에서 경유까지 확대
  • 등록 2014-06-23 오후 3:51:29

    수정 2014-06-23 오후 3:51:29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수익성은 없지만 정부 정책이라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고, 알뜰주유소는 정유사들의 계륵입니다.”(2012년)

“요즘같은 불황에 알뜰주유소는 내수 시장 10%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알짜 시장입니다. 정유사들이 마진을 줄이더라도 공급자로 선정되려고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죠.”(2014년)


알뜰주유소의 달라진 위상만큼 치열했던 3차년도 공급자 선정이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삼성토탈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1부 시장 공급자로 선정돼 전국 1062개의 알뜰주유소에 1년간 각각 6억 리터의 기름을 공급하게 된다. 삼성토탈은 2부 시장 공급자로 선정, 작년까지 휘발유만 공급하던 것을 올해는 경유까지 확대해 총 4억 리터를 납품한다.

전체 주유소의 10%를 차지하는 알뜰주유소 사업권의 향방이 정해지면서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정유 4사의 내수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올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정유사들은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해야 하는 알뜰주유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알뜰주유소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전체 내수 시장의 10%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커지자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정유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정유사들은 주유소 축소 정책을 펼쳐왔고, 이 가운데 정부 주도로 계속해서 시장이 커진 알뜰주유소는 내수 점유율을 결정 지을 만큼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올해 처음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선정됐다. SK는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된 것을 시장점유율 30% 회복의 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는 그동안 알뜰주유소의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 알뜰주유소 사업자로 참여하면 기존 폴주유소(SK에너지 간판을 단 주유소)에서도 공급가 인하 압박이 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알뜰주유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뜰주유소로 인해 정유 4사의 시장 점유율이 변동되면서 올해는 마진을 줄여서라도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선정되기 위해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SK에너지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2년 1월 33.2%에서 올해 4월 28.9%로 내려앉았고, 업계 2위인 GS칼텍스도 이 기간 25.0%에서 24.1%로 하락했다. 반면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따냈던 현대오일뱅크는 이 기간 22.2%에서 23.1%로, 에쓰오일(S-OIL(010950))은 16.3%에서 18.7%로 점유율을 늘렸다.

현대오일뱅크는 3년 연속 알뜰주유소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알뜰주유소로 시장점유율을 늘려온 현대오일뱅크는 올해는 다른 이유로 가장 공격적인 가격을 적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GS가 STX에너지를 인수하면서 STX에너지가 자체 보유한 주유소 50여 개, 거래처 400여 개 주유소의 공급권이 현대오일뱅크에서 GS칼텍스로 옮겨갔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거래처를 GS칼텍스에 빼앗긴 모양새여서 알뜰주유소 시장을 수성하지 않으면 입지가 좁아질 위기에 처해있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가 이번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대를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한 GS칼텍스는 알뜰주유소 입찰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했던 에쓰오일은 올해 공급자로 선정되지 않으면서 정유 4사 중 일단 가장 나쁜 성적표를 쥔 상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다른 정유사와 달리 주유소를 계속 늘리고 있다”며 “자체 주유소를 늘려 판매망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알뜰주유소 입찰에서 가장 실익을 거둔 것은 삼성토탈이다. 수의계약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경쟁입찰로 바꾼 2부 시장에서 휘발유과 경유의 공급권을 모두 따냈다. 총 공급량은 4억 리터로 휘발유만 공급하던 지난해에 비해 1.7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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