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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6년 12월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유족 21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자 1인당 2억원 배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21년 4월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 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옳고 그름에 대한 심리도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재판부는 “2015년 한일합의가 현재도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어 합의서 내용에 따라 피해회복이 현실적으로 이뤄진 상황”이라며 “국가면제를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위안부 피해자 측은 국가면제권을 무한정으로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 원칙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지난 5월 이번 손배소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일본은 국가면제를 위안부 사건에만 적용하고 다른 사례에서는 부인하고 있다”며 일본 사법부도 미군기지 소음 관련 재판에서 국가면제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이탈리아 대법원의 ‘페리니 판결’을 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던 이탈리아인 페리니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탈리아 법원으로부터 독일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독일이 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고 ICJ는 “이탈리아 법원이 국제면제를 부인했다”며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법원이 독일의 과거 전쟁범죄 심리를 막은 자국 법안에 대한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국가면제가 헌법 기본원칙과 충돌하는 이상 이탈리아 법질서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일본은 전쟁 중 군인 사기 진작 등을 목적으로 10~20대에 불과했던 피해자들을 기망·유인하거나 강제로 납치해 위안부로 동원했다”며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매일 수십명의 일본군으로부터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당했고 종전 이후에도 정상적 범주의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