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현대로 날아온 고전오페라 '카르멘'

양정웅 연출 "지금 있을법한 얘기로 새로움 끌어내"
의상·세트 모던하게…한국·서양 접점 찾아
28일부터 12월1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 등록 2013-11-20 오후 4:16:43

    수정 2013-11-20 오후 4:16:43

양정웅 연출은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페라 ‘카르멘’ 기자간담회에서 “먼 투우사와 집시의 사랑 얘기가 아니라 우리한테도 벌어질 수 있는 얘기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집시들이 놀던 허름한 주막은 바로 변했다. 주인공인 카르멘과 호세의 옷도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산속 장면에서는 캠핑카도 나온다. 19세기에서 21세기로의 ‘점프’. 양정웅이 연출자로 나서 오페라의 고전 ‘카르멘’을 타임머신에 태웠다. 공연에 앞서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사진으로 공개된 무대 모습은 새로웠다. 오페라·연극·무용을 넘나들며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무대언어로 주목받은 양 연출. 그가 ‘카르멘’ 제작만 10번 했다는 임일진 무대디자이너와 머리를 맞댄 결과다.

‘카르멘’은 ‘하바네라’ 같은 친숙한 아리아와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다. 1875년 프랑스에서 초연돼 각국에서 수없이 제작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만 해도 국립오페라단과 고양문화재단이 따로 선보이는 ‘카르멘’ 두 작품이 무대에 오를 정도다.

결국 차별화가 관건이다. 여기서 양 연출은 현대적인 무대 표현에 집중했다. 그는 “‘카르멘’은 너무 많이 알려졌고 그간 전통적인 무대들이 많았다”며 “이 작품을 어떻게 한국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고 그래서 내린 결정이 ‘현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와 모습으로 다가가자’였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런 현대적인 접근이 시대적으로는 친숙함을 주고 공연으로서는 새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그가 내린 판단이다. 이병욱 지휘자도 거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하바네라’를 흥얼거리지 않게 하는 게 목표다.”

오페라 ‘카르멘’(사진=고양문화재단).


이야기도 다듬었다. 기존 작품에 캐릭터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점핑이 많았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양 연출은 “오페라는 성악가의 독창회가 아닌 드라마를 펼치는 장르”라며 “캐릭터와 인물 사이 관계와 갈등 등을 잡는 데 시간을 제일 많이 할애했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장을 지냈던 정은숙 예술감독은 “이번 ‘카르멘’에서는 기존 공연에서 놓친 캐릭터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르멘’은 프랑스 프로스페르 메리메(1803~1870)의 동명소설이 원작. 열정적인 집시여인 카르멘과 순수했던 하사관 돈 호세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카르멘을 사랑해 부대를 이탈한 돈 호세가 카르멘이 자신이 아닌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사랑하자 결국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이는 게 주 내용이다. 여기에 조르주 비제(1838~1875)가 곡을 써 오페라로 만들었다.

한국적인 ‘카르멘’이 나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스페인에서 1년 동안 지냈다는 양 연출은 “스페인사람을 만났을 때 가족적인 면 등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무대 연출에서 한국적인 요소와 서양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는 고민을 들려줬다.

추희명·나승서·황병남 등이 출연하는 ‘카르멘’의 연주는 TIMF앙상블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정 예술감독은 “만일 비제가 이 공연을 봤다면 3개월 후 죽는 비극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카르멘’이 초연된 지 3개월 후 사망한 비제가 공연에 대한 악평으로 힘들어하다 세상을 떠났다는 설을 빗댄 자신감이다.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경기 일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1577-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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