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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이 양보할 거라고 기대했다면 자기 함정에 빠진 것이다. 우리가 밀어붙인 부분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양 교수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고베 총영사를 지낸 일본 전문가다.
앞서 지난달 외교부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 피해자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하는 `3자 변제`를 골자로 한 배상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정작 △일본의 사과 △피고 기업의 배상금 참여 등 핵심 조치가 빠지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안 발표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물컵에 비유하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12년 만에 이뤄진 지난달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는 합의되지 못했다. 피고 기업들에 구상권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은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양 교수는 일본의 소극적인 반응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사실 바뀐 게 없다. 일본 정부의 원칙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게 종료됐다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사죄도 하지 않고 보상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라 일관된 입장이다. 일본이 양보할 거라고 기대했다면, 자기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나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공동으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 인재 교류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양 교수는 “말이 파트너십 기금이지, 문제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 잘못하면 물타기로 보일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들은 3자 변제안을 거부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일본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일부 현금화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양 교수는 “피해자들은 이미 현금화 과정에 들어갔다. 현금화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그는 “한일 간 경색 국면을 풀어보겠다는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나,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선 우리 정부가 너무나 서둘렀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간과 목표를 정해놓고 선을 그어버렸다.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적인 청구서가 계속 날아올 것이고 정부의 외교적인 부담은 늘어갈 것이다. 정권 지지도가 떨어지면 외교 정책은 절대 지속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또 다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교수는 “대일(代日) 정책 기조를 다시 잡아야 한다”며 “독도, 야스쿠니, 사도 광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 아래 국내 반발도 잠재우고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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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해법에서 일본이 물컵의 나머지를 채웠다고 보는지.
-일본은 왜 호응이 없었을까.
△일본은 사실 바뀐 게 없다. 일본 정부의 원칙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게 종료됐다는 것이다. 인정할 경우, ‘1910년 한일 합병은 합법이었고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논리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사죄도 하지 않고 보상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라 일관된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다시 한 번 확인한 것뿐이다. 일본이 양보할 거라고 기대했다면 자기 함정에 빠진 것이다. 우리가 밀어붙인 부분이 있다.
-일본은 계속 사죄와 배상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할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와 학자들은 1910년 한일 합병이 합법이었다고 해석한다. 일본 국내적으로도 너무 무관심하다. 한국의 반발에 대해서 전혀 보도가 안 되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를 안은 우리 정부는 여론이 나빠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결국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를 진행해야 하나.
△정부는 안 하기로 했지만, 피해자들은 이미 현금화 과정에 들어갔다.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들은 피해자지원재단의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종적으로는 현금화 과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3자 변제안`이 최선은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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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파트너십 기금이지, 문제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 잘못하면 물타기로 보일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하다.
-정부는 지난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높게 평가한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 등으로 경색 국면에 있었다. 보수 정권 내내 과거사가 쟁점이 됐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쟁점이 됐다. 정부가 해빙 국면으로 만든 건 사실이나, 이런 부분은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 안 된다. 우리로서는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게 절대 좋은 게 아니다. 사죄 부분이라도 훨씬 진일보할 수 있었음에도 전혀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아쉽다. 일본 마찬가지다. 도덕적인 글로벌 국가로서 지금까지 축적해온 것들을 손쉽게 포기해버렸다. 국제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결국 후쿠시마 수산물 규제도 풀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 정부 발표를 믿어야 한다. 지금은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슬쩍 바꿀 수는 없다.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다. 과거사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사안이다. 현재와 미래의 문제이자 주권의 문제다. 한국과 중국이 완전히 수용할 수 있을 만한 합당한 기준치를 제시하고,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다는 합의가 이뤄질 때 풀어야 한다.
-한일관계 개선에 나선 정부에 조언을 하자면.
△기본적으로, 대일(代日) 정책 기조를 다시 잡아야 한다. 한미 간 안보 협력 다음으로 한일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써 이것보다 우선시되는 건 없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너무 강했다. 독도, 야스쿠니, 사도 광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 아래 국내 반발도 잠재우고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통 큰 양보를 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물론 재검토를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이미 대통령실의 회로 자체가 굳어져 있다. 결국은 우리가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엄청난 국내 반발을 더 일으킬 것이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빠르면 연내에 입장이 다시 정반대로 전환될 수 있다.
-중도적 성향의 기시다 총리에 거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우리가 양보한 이후 지지율이 올라간 상태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외무성 외무대신을 지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무성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미 몸과 머리가 굳어진 거다. 사죄도 보상도 없다는 외무성 입장은 강경하다. 특히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