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에 근거를 둔 전문 스마트폰 매입 조직이 이른바 알바생을 동원해 분실폰 원정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돌려줘 봐야 택시요금 정돈데, 마음이 흔들리지요"
27일 오후 부산역 택시 승강장. 줄지어 늘어서 있는 택시의 기사들 대부분이 중고 스마트 폰 매입 명함을 한 두 장 씩 지니고 있다.
"새벽에 영업 나가면 차 창문을 두드리면서 명함을 건네줍니다. 들킬 염려가 없으니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직은 겁이 나서 팔아본 적은 없어요"
"어젯밤에만 해도 젊은이 한 명이 손님 기다리는 택시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손에 쥔 휴대폰을 흔들더라구요. 주운 폰 있으면 자기한테 팔라는 소리죠"
"주위에서 명함 한 장 안가지고 있는 기사 없을 겁니다. 아닌 척 해도 다들 차에 한 두 장 씩 가지고 있어요"
분실 스마트폰 매입업자들이 부산역과 연산동, 서면 등 새벽시간 택시가 모이는 곳에서 무차별로 중고폰 매입 명함을 살포하고 있다.
기사들에 따르면 장물업자들은 분실폰을 판매하려는 기사들을 부두나 공원 등에서 만나자고 한 뒤 5만 원~30만 원 정도의 돈을 주고 물건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평소 손님이 흘린 물건을 돌려주던 기사들도 반복적으로 명함을 받다보면 돈의 유혹에 흔들린다고 털어놨다.
택시기사 김 모(54)씨는 "손님이 놓고 내린 스마트 폰을 애써 찾아줘도 택시요금 정도를 받으면 다행이다"며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명함이 눈 앞에 보이면 유혹이 생기지 않을 리 있나?"고 말했다.
알바 동원한 원정 스마트폰 매입까지…
이처럼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분실 스마트폰 매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타 지역에 있는 전문 장물업자들이 알바생을 동원한 원정 스마트폰 매입에까지 나서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대학생과 공익근무요원, 취업준비생 등 용돈이 궁한 20-30대가 대부분인 이들은 하루 5만 원의 일당을 받고 업자가 제공한 승합차를 이용해 부산으로 내려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대구에서 업자가 제공한 승합차를 이용해 부산으로 온 뒤 택시가 주로 활동하는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주요 교차로 등지에서 명함을 나눠 준다"며 "하루 기본 일당 5만 원에 스마트폰 한 대당 만 원의 추가 요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함 배포 이외에 사전에 명함에 적힌 대포폰을 통해 스마트폰 매입 의사를 밝힌 택시기사들을 시 외곽에서 만나 물건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알바생들 모두가 자신들의 윗선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7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이들을 고용한 전문 매입업자들과 중고스마트폰의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