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지방 사찰의 전형, 세종 '비암사 극락보전' 보물 됐다

정면 3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전란 이후 사찰 경제가 축소되면서 형태 변해
  • 등록 2021-02-23 오전 10:52:48

    수정 2021-02-23 오전 10:52:48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문화재청은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에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유형문화재인 ‘비암사 극락보전’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비암사 극락보전’(사진=문화재청)
비암사는 통일신라 도선(道詵)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오는 사찰이다. 극락보전은 정면 3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일반적인 측면 3칸형에서 벗어난 2칸형 불전이다. 전란 이후 사찰 경제가 축소된 사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포의 구성은 크기에 따른 대첨차, 중첨차, 소첨차를 모두 사용한 특징을 보인다. 첨차를 배열한 방식, 내외부의 살미 모양 등에는 조선 중기 이후 다포 건축물에 보이는 특징들이 잘 반영돼 있다. 살미와 첨차는 기둥 위에서 십자모양으로 짜이는 공포부재를 뜻한다. 살미는 건물 전면으로 내민 초가지를 말하고, 첨차는 도리방향으로 층층이 쌓아 올린 부재다.

극락보전의 가구 구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소는 옆면 규모라고 문화재청 측은 설명했다. 옆면이 2칸이면서 팔작집을 지으려다 보니 일반적인 상부가구 구성으론 대응이 쉽지 않았다.

보통 건물에서는 충량 1본을 두었으나, 극락보전은 충량을 좌우 협칸에 각각 3본씩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옆면 주칸이 긴 편이어서 충량(한쪽 끝은 기둥위에 짜이고 한쪽 끝은 보에 걸치게 된 측면의 보)을 보조로 설치하여 추녀에 걸리는 하중을 감당하려는 의도로 추측된다.

창호는 일반적인 조선후기 불전 창호와는 차별성이 보인다. 앞쪽 창호는 문얼굴을 4분할해 가운데 두 짝은 여닫이를 두고 문설주로 분리했다. 좌우에는 외짝 여닫이를 설치했다. 뒷쪽 창호는 영쌍창으로 분류되는 방식으로, 쌍여닫이창의 중간에 설주를 세운 형태이다. 건립 당시에 제작한 창호는 아니지만 뚜렷한 근거를 토대로 창호의 원형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극락보전의 건립시기에 걸 맞는 외관을 보여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종 비암사 극락보전은 건물 조성연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찾을 수 없으나, 17세기 중엽 지방 사찰 불전의 시대특성과 지역색을 잘 간직한 점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의 가치가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세종 비암사 극락보전’을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도록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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