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축배`가 3년만에 `독배`로

2년새 4.5조 차입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금호타이어 풋옵션 위기때 실기(失期)
서둘러 고강도 구조조정해야 `회생`
  • 등록 2009-12-30 오후 4:48:25

    수정 2009-12-30 오후 4:54:28

[이데일리 김국헌 민재용 기자] 지난 2006년 12월28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건설 빌딩 1층 로비에서 열린 대우건설 기업이미지 통합 점등식.

대우건설 로고에 금호 날개를 단 이날 박삼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사와 뛰어난 인재들을 가족으로 맞이해 기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보다 대우맨이 욕심 나 대우건설 인수를 결정했던 박 회장은 2년 뒤에 대한통운 인수에도 성공했다. 재계는 그에게 `미다스의 손`, `승부사`란 별명을 붙였고, 금호는 재계 11위에서 8위로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금호는 정확히 인수 3년 뒤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재계 8위인 금호가 워크아웃까지 가게 된 표면적인 원인은 무리한 인수·합병(M&A)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경영진의 오판에 있다.

◇2년새 4.5조 차입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금호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047040)을 약 6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2년도 안된 지난 2008년 초에 대한통운(000120)을 약 4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금 10조여 원 가운데 차입금은 4조5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금호는 72%나 되는 대우건설 지분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6조4255억원)에 인수했단 점에서 그룹 기반을 흔들 단초를 제공했다. 두산(6조4000억원), 프라임(6조1000억원), 유진(6조원)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기 위해 당초 6조6000억원으로 무리하게 호가했던 것.

당시 지주회사였던 금호산업(002990)의 자금 여력이 없었지만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을 동원해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를 확산시켰다. STX, 현대중공업, 한진그룹 등을 제치고 인수했지만 결국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

◇금호, 1차 풋옵션 위기 때 실기(失期)

작년 상반기에 유동성 위기설이 돌고 1차 풋옵션 위기를 맞았지만, 금호는 실기(失期)했다. 유동성 위기를 간과한 탓에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금호타이어 2대 주주인 쿠퍼타이어가 작년 8월 금호타이어 지분 10.7%에 풋 옵션을 행사했을 때, 재무적 투자자 비컨을 구해 이 물량을 받아냈을 뿐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가진 않았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닌 유동성 관리 차원으로 오판했다. 금호 경영진은 작년 7월31일 그룹 합동 기업설명회에서 "지금은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살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며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

당시 금호는 자산을 감축해 차입금을 갚고도 남는 규모인 4조5700억원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주력 자산을 느린 속도로 매각했다.

비슷한 시기에 유동성 위기설에 말렸던 STX그룹과 두산그룹이 주력 자산을 빠른 속도로 매각해 시장의 소문을 진화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금호, 서둘러 高강도 구조조정해야 `회생`

2차 대우건설 풋백옵션 위기로 금호는 결국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길을 걷게 됐다.

그러나 이제라도 금호가 서둘러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한다면 회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회생의 경영학` 보고서에서 "대우종합기계, 넥센타이어 등은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전보다 한층 강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며 "회생에 성공한 기업들은 일반적인 구조조정과는 차원이 다른 극한적 형태의 구조조정을 감내했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기업의 부실을 만회하기 위한 비용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부실 징후를 보인 기업은 조기에 기업회생 경영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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