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2.8%의 지출증가율은 2005년 후 20년 만의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그러나 오는 12월 국회를 통과하는 실제 예산 규모는 정부 원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표심’을 위한 요구가 거세질 총선 정국을 앞두고 험로가 예고된 상황이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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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년 예산안’은 총지출 656조9000억원 규모로 올해 본예산 대비 2.8% 늘어났다. 올해 세수 결손이 유력한 상황에서 ‘건전재정’의 기조를 지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예산안은 내달 1일 국회에 제출돼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연말 확정된다. 예산안 법정기한은 매년 12월 2일이다.
긴축재정으로 평가받는 이번 예산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확장재정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안정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줄곧 요구해왔다. 여당에서는 정부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지출 조이기가 선거 가도에서 불리한 국면으로 작용한다면 예년처럼 지역구 ‘쪽지 예산’ 민원이 밀려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원칙적으로 예산을 깎는 권한만 보유한다. 예산 편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국회가 예산을 증액이나 신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등은 심사 과정에서 일부 증액되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다. 국회가 감액 권한을 앞세워 정부와 사실상 증액 협상을 하는 탓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소야대 정국인 것도 어려운데 총선에 임박해서는 여당 의원들조차 자신의 지역구에 선심성 예산을 당겨오려고 하기 마련”이라며 “정부는 올해 편성된 예산도 불용으로 남겨서 ‘세수 펑크’에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국회 심사과정에서 내년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가 총지출 증가율을 3%로 잡고 예산을 편성 중이라는 관측이 나올 당시에도 민주당은 6% 이상의 증가율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야당의 요구가 총지출에 일부 반영된다면 이미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한도(3.0%)를 넘어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4%대로 올라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필요한 사업들은 삭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되, 원안만 고집하는 것도 성실하지 않은 태도인 만큼 국회 심의 과정을 존중하고 경청할 것”이라며 “정치권은 선거 일정을 고려해야겠지만, 거기서 한발치 멀어져서 전체 재정운용과 경제를 보며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