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23일 일찌감치 당정이 개정 국회법을 두고 ‘행정부 마비법’으로 규정하며 일종의 ‘여론몰이’에 돌입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예견돼왔다.
시기는 전망이 엇갈렸다. 당초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내달 7일 국무회의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굳이 늦출 필요는 없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 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3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가 디(D)-데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법제처의 법리검토가 마무리됐다는 이유로 전격적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의결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전자결제로 재가했다.
박 대통령의 귀국일이 아직 열흘이나 남은 만큼 야권의 반발도 자연스레 수그러들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순방 성과’로 덮을 수 있다는 노림수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 야권의 노골적인 공격이 지속될 경우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도 결국 경제·민생 발목잡기 국회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야권도 “이 문제에 너무 매몰돼 국민생활상 문제 등 산적한 민생현안 뒤로 미룰 수는 없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며 스탠스를 보였다.
다만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여전히 ‘마이웨이’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비치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야 3당은 20대 국회에서 상시 청문회법 재의결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의 역점 입법과제인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도 한 템포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