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통위 기자들, '따로 또 같이'

  • 등록 2014-12-16 오후 1:49:42

    수정 2014-12-16 오후 2:35:4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출입 기자들이 모이면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처음에는 산업부 기자였는데, 어찌하다 보니 정치부가 됐고, 요즘에는 법조 기자 같다는 얘기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방통위는 다른 정부 부처들과 달리 산업부, 문화부, 정치부 기자들이 뒤섞여 출입한다. 방통위의 전신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이니 정통부를 출입했던 통신과 인터넷 산업 담당 기자들과, 여야 추천 위원으로 구성됐던 방송위를 출입했던 미디어·정치 담당 기자들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는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나 종합편성채널(종편) 정책 뿐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법이 된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이나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4월 3기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법조 기자처럼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 출신인 최성준 위원장이 취임한 뒤 법과 원칙, 행정 행위의 절차를 강조하자 공무원들은 물론 기자들도 법문을 들여다보고 토론하는 일이 많아졌다. 방송법, 단말기유통법, 전기통신사업법, 위치정보법 등 방통위 소관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프린터로 뽑아서 들고 다니며 공부하는 일이 다반사다.

규제 대상인 기업들은 힘보다는 법을 중시하는 방통위의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올해 초 국내 통신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LG유플러스(032640)가 규제기관인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는데, ‘일부 인용’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행정심판은 행정심판법상 국민의 권리이지만, 옛 정통부 통신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통신회사가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제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규제기관에 찍힐까 봐 아무리 억울해도 참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여전히 출입기자들의 ‘친정’ 이슈로 옮아가면 원칙이 흐려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상파와 종편, 신문과 방송의 전혀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이 뚜렷한 정책 방향 없이 눈치 보기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반발하는 700MHz 주파수 통신 공동 활용 문제나 신문과 유료방송이 반발하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문제를 매듭지으려면, 다매체 시대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과 공공성, 공정경쟁 문제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방통위는 중장기적인 미디어 세상에 대한 밑그림이 없다 보니 그때그때 문제가 제기되면 갈등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그쳐 왔다.

방통위 출입기자들은 어떨까. 산업부, 정치부, 문화부 등으로 소속은 다르지만 서로 다르다는 게 도움되기도 한다. 방통위 출입 경험이 한 분야에 파묻히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이슈를 통섭적으로 사고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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