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일주일…‘민간인 폭격’ 공격 강도 높여

러, 키예프·하리코프 민간인 거주지 무차별 폭격
우크라 "국가 주도 테러이자 범죄" 맹비난
“러, 예상보다 더딘 진격에 공격 강도 높여”
우크라 탈출 가속…하루만에 난민 16만명 늘어
2차 회담도 연기될 듯…"우선 민간인 공격부터 멈춰야"
  • 등록 2022-03-02 오전 11:57:35

    수정 2022-03-02 오후 9:15:38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일주일째인 2일(현지시간) 민간인 주거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 등 러시아군의 공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AFP 제공)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리코프 민간인 주거 지역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하리코프의 인구는 약 140만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공수부대가 이날 하리코프에 진입해 현지 병원을 공격했고, 이에 따른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인 1일에도 하리코프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아파트 일부가 부서지거나 연기에 휩싸였고, 길거리 곳곳에는 화염이 번졌다.

현지 구조대는 성명을 통해 하리코프 중앙 광장과 중앙 청사가 공격을 받았으며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하리코프 시내 중심가에 로켓 공격을 가해 한 여성이 폭발에 휘말려 한쪽 다리를 잃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수도인 키예프에서도 TV방송 수신탑에 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다. 이 공격으로 수신탑과 함께 인근에 있던 홀로코스트 추모센터도 파괴됐으며, 5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수신탑 파괴로 국영 방송도 마비됐다. 이외에도 남부 지역 오데사, 마리우폴 등의 도시에도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이 잇따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성명을 통해 “키예프와 하리코프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목표물”이라며 “이건은 전쟁 범죄이고 국가 주도 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리코프 시장도 “비폭력적인 시민을 살상했다”며 “이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라고 맹비난했다.

러시아군이 침공 초기 군사시설을 타깃으로 해 공격했다면, 이제는 민간 지역을 가리지 않고 폭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 외로 느린 진격 상황에 놓인 러시아가 전장에서 접근 방식을 바꿨다”며 “추진력을 회복하기 위해 인구 밀집 지역에 포격을 가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침공 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집결했던 러시아군의 80% 가량이 현재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상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과 원활하지 못한 보급 등 병참 문제로 러시아군의 진격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을 먹여 살리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민간인 주거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 이후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려는 난민들도 급증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침공 이후 이웃 국가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전날 약 50만명에서 이날 약 66만명으로 증가했다.

(사진=AFP 제공)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2차 회담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앞서 러시아 언론을 통해 양측 협상단이 2일 2차 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을 진행하려면 “우선 폭격부터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로이터 통신·CNN방송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추가 회담 전 러시아가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 최소한 민간인들에 대한 폭격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 그같은 조치가 이뤄진 이후에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1차 회담 도중 하리코프 민간인 지역에 미사일 공격이 이뤄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재를 맡은 터키는 양국 대표단과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2일 회담에 대해선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CNN에 “2차 회담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2차 회담이 이뤄지더라도 타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1차 협상에서도 양측은 2차 협상일 외에는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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