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 교수 "삼성 GPS적 사고 필요하다"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강연
  • 등록 2015-03-25 오후 12:03:09

    수정 2015-03-25 오후 12:03:09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장하석 런던대 과학철학과 교수가 삼성그룹에 ‘GPS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삼성전자(005930)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장하석 교수가 연사로 나서 ‘선입견의 위험과 과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의는 토마스 쿤의 2013년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를 토대로 진행됐다.

장 교수는 “선입견이란 하나의 ‘틀’을 의미하는데 이를 발견한 뒤에는 유지하고 숙지해야 과학이 발전할 수 있다”며 이를 ‘선입견의 위력’이라고 설명했다. 일정한 틀 안에서 연구가 이뤄져야 정밀성이 향상되고 새로운 발견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해왕성의 발견을 사례를 소개하며 천왕성이 뉴튼 역학과 다르게 움직이는 점에 주목한 학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행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존의 틀로 설명이 되지 않는 위기에 봉착하면 새로운 틀을 발견하는 ‘과학 혁명’이 일어나지만, 혁명이 끝나면 정해진 틀로 돌아가 다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며 과학 혁명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학자 칼 포퍼의 반론도 소개했다. 포퍼는 과학의 정수가 비판 정신에 있다며 시험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 두 가지를 절충해 “과학 혁명이라는 것이 일어나면서도 그 안에서 안정된 패러다임을 지키면서 과학이 발전하려면 관용주의가 필요하다”며 또한 “이미 개발된 것을 유지하는 보존(Conservation), 필요에 따른 패러다임간 융합(Integration) 등의 다원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위성항법장치(GPS)’를 소개했다. 인공위성에서 지상으로 신호를 보낸 뒤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이 기술에는 기본적으로 양자역학 이론이 중심이 되지만, 지구의 자전 등 여러 변수들을 통해 조정하는 과정에서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한 ‘융합형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삼성그룹에도 이러한 ‘GPS’ 같은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한 가지 패러다임을 통해 일정 분야에서 안정된 발전을 했다면 이후 그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다원주의적 사고를 열어둬야 한다”며 “현장에서 경험과 실천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과 축적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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