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백번씩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는 이른바 `스캘퍼(Scalper)`들의 매매방식은 투자일까, 투기일까?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와 파생상품 초단타매매를 생업으로 하면서 증권사를 떠도는 행위는 투자일까, 투기일까? 이러한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증권사들의 경쟁은 불공정 행위일까.
투자를 정당하고 합리적인 행위로 보고 투기를 나쁘 거나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보는 것은, 투기에는 일반적으로 불법성 또는 위법성이 깔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는 스캘퍼들의 행위, 스캘퍼와 증권사간 관계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워런트증권(ELW)와 관련한 불법거래를 잡아내겠다며 검찰이 증권사들을 압수수색하면서, 증권사들은 쑥대밭이 됐다.
지난 23일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HMC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에 이어 24일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현대증권 LIG투자증권까지 10개 증권사를 검찰이 훑었다.
대형사 중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도 술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수사의 방향은 이렇다. 스캘퍼들이 시세조종을 해서 불법매매로 수익을 얻었는가, 또 증권사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스캘퍼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는가 여부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불법적 불공정 거래인지 증권업계 뿐 아니라 금융감독당국도 헷갈려하는 상황이다.
우선, 현재 ELW시장에서 시세조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구조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ELW시장 건전화 대책을 적용한 이후 유동성 공급자(LP)들은 최종 5거래일 전까지 반드시 호가를 제출하고 매수 매도 쌍방으로 주문을 내도록 하고 있다.
스캘퍼와 LP가 짜고 시세조정을 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LP가 스캘퍼의 물량을 받아주는 것은 상식선에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답변이다.
물론 건전화 대책이 나오기 훨씬 전에 저질러진 불법행위들이 수사대상일 수도 있다.
한편 증권사가 스캘퍼들에게 일반 투자자와는 차별적으로 편의를 봐준 것도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할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거래소 업무 규정에 선관주의 의무 정도가 해당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속도전이 생명인 ELW 거래에서 스캘퍼들의 편의를 위해 별도의 거래 시스템과 서버를 제공하고 별도의 수수료 체계를 적용다고 해도 그것을 불법이라고 단정짓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ELW 외에도 주식 시장에서 약정을 많이 내는 스캘퍼나 데이트레이더, VIP고객들에게 지점의 공간을 내주거나 별도의 매매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수수료를 깎아주는 일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
ELW매매는 시스템과 네트워크 속도가 돈을 버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스캘퍼들의 잦은 거래가 증권사로서는 짭짤한 수익이 되다보니 이들을 모셔가기 위한 증권사간 경쟁은 자연스런 현상이 돼버렸다. 일부 증권사들은 스캘퍼 덕분에 ELW 약정 점유율이 대폭 상승, 시장의 메이저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돈을 벌고자 하는 스캘퍼들의 욕망과 시장 점유율을 키우려는 증권사들의 욕망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그 덕분에 한국의 ELW 시장은 홍콩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하게 됐다.
시장의 바람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 `개미들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는 ELW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엄청난 수익을 올린 스캘퍼들을 단순한 투기꾼으로 단정짓고 이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흑백논리로만 접근한다면, 시장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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