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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공동취재단]“(세월호)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프란치스코(79)교황은 14일 한국을 찾아 ‘상처입은 보통사람’을 먼저 챙겼다.
이날 오전 10시36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비행기에서 내려와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의 손을 맞잡고 “가슴 깊이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교황은 이들과 오른손으로는 악수하고, 왼손은 자신의 가슴에 가져갔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가브리엘)씨와 부인 송경옥(모니카)씨, 사제의 길을 꿈꾸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 박윤오(임마누엘) 씨와 일반인 희생자 정원재(대건안드레아) 씨의 부인 김봉희(마리아) 씨 등 4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새터민, 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도 행사에 초대됐다. 상처 입은 ‘보통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교황의 방한을 반겼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전했다. 교황은 박 대통령에 “나도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한국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인사했다.
13일 로마에서 출발한 교황은 11시간 30분의 오랜 비행을 마치고 이날 한국땅을 밟았다. 고령의 나이로 피곤한 모습과 긴장된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난간을 짚으며 비행기 계단을 천천히 내려온 교황은 웃음을 잃지않았다. 환영단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도 나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두 아이가 꽃다발을 줄 때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환하게 번지기도 했다. 교황은 아이들을 안아준 뒤 “친절해서 고맙고 사랑한다”며 인사를 전했다. 교황이 한국땅을 밟자 교황을 환영하는 예포 21발이 하늘에 쏘아올려졌다.
이들의 환영을 받은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45분께 대기하던 공식의전차인 쏘울을 타고 공항을 떠났다.
이날 교황을 영접한 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교황이 선포할 복자 후손으로 이 자리에 나온 권혁문(68·가스발)씨는 “200여년 전에 고초를 겪으신 조상들이 복자로 선정된 것도 감격스러운데 교황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교황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든 천천히 음미하다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해야할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대표로 환영단에 속한 권택진(79·사비노)씨는 “교황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돼 영광스럽다”며 “이번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주도적으로 천주교를 선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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