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또 압박…"화웨이, 전세계 통신망 접근 가능" 파장

WSJ 보도 "화웨이, 허가없이 통신망 접근"
美당국자 "민감한 개인정보 취득 증거 있다"
美, 英·獨에 이미 '백도어 논란' 첩보 전달
부인하는 화웨이…"승인없이는 접근 못 해"
  • 등록 2020-02-12 오전 10:13:45

    수정 2020-02-12 오전 10:35:15

화웨이 로고.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전세계 이동통신망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해 파장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판매한 현지 당국의 법 집행을 위한 백도어(backdoor·시스템 접근 인증을 거치지 않고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를 통해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9년 초 4세대(4G) 이동통신망 때부터 무려 1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장비업체는 이동통신사에 기지국 등을 판매하고 구축한다. 이때 구축한 하드웨어 내에는 현지 당국이 합법적인 목적으로, 예컨대 사건 수사 등을 위해서는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백도어를 함께 넣는다. 통신사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으며, 장비업체는 이처럼 통신장비를 제조해 판매해야 한다. 누구든 법적 감청 인터페이스(lawful interception interface)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통신사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웨이는 통신사 몰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미국 한 당국자는 화웨이가 어디서 접근 가능한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런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화웨이가 유일하다고 그는 전했다.

또다른 고위당국자는 “화웨이는 중국 내 고객들 혹은 해외 안보기관들에게 은밀한 기술을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화웨이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그동안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향해 맹비난해 왔는데, 이번에 압박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WSJ는 미국이 지난해 말 영국과 독일에 이같은 백도어 논란 첩보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이를 더 광범위하게 알리기 위해 일부 기밀 정보를 해제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말 영국은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일부 허용하기로 결론 냈고, 이에 미국은 “실망했다”는 뜻을 전했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왔다.

하지만 화웨이는 백도어 논란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화웨이 고위관계자는 “네트워크와 고객정보를 위험하게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고 앞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감청 인터페이스는 매우 엄격한 규제 대상이어서 허가를 받은 자만이 접근 가능하다”며 “화웨이 직원은 통신사 승인 없이는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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