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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전세계 이동통신망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해 파장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판매한 현지 당국의 법 집행을 위한 백도어(backdoor·시스템 접근 인증을 거치지 않고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를 통해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9년 초 4세대(4G) 이동통신망 때부터 무려 1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장비업체는 이동통신사에 기지국 등을 판매하고 구축한다. 이때 구축한 하드웨어 내에는 현지 당국이 합법적인 목적으로, 예컨대 사건 수사 등을 위해서는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백도어를 함께 넣는다. 통신사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으며, 장비업체는 이처럼 통신장비를 제조해 판매해야 한다. 누구든 법적 감청 인터페이스(lawful interception interface)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통신사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또다른 고위당국자는 “화웨이는 중국 내 고객들 혹은 해외 안보기관들에게 은밀한 기술을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화웨이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그동안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향해 맹비난해 왔는데, 이번에 압박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WSJ는 미국이 지난해 말 영국과 독일에 이같은 백도어 논란 첩보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이를 더 광범위하게 알리기 위해 일부 기밀 정보를 해제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웨이는 백도어 논란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화웨이 고위관계자는 “네트워크와 고객정보를 위험하게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고 앞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감청 인터페이스는 매우 엄격한 규제 대상이어서 허가를 받은 자만이 접근 가능하다”며 “화웨이 직원은 통신사 승인 없이는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