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를 요구하는 대신 가격상한제와 관세 등이 적용된 한시적 사용이라는 차선책을 제안했다. 헝가리 등 EU 내 일부 국가의 반대로 사실상 전면 수입 금지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절충안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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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내년에 본격 시행하기 앞서 관세 부과 및 가격상한제 같은 ‘가격 메커니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U가 러시아 원유를 완전히 끊으려면 내년은 돼야 하는데, 대 러시아 제재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원유 수입 규모를 줄이면서 가격 상한선을 두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된다는 것이다.
옐런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을 축소하고, 원유 가격도 낮아지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이는 그동안 EU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전면 금지를 요구했던 미국이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EU의 동참을 촉구했으나 두 달 가량 지난 이날까지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량은 전체 수입의 3~4%인데 비해 EU는 25%로 의존도가 훨씬 높다. EU 차원의 제재는 27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지난 17일 EU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헝가리의 반대로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합의에 실패했다. EU는 향후 6개월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내년 1월부터 석유제품까지 수입을 끊자는 내용의 제재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EU가 미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제재 범위를 제3자까지 확대하는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가 없는 가격상한제와 관세 부과 조치는 소용이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2차 제재를 할 경우 미국이 치외법권을 확장하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가 원하는 가격으로 원유를 EU에 팔지 못한다 해도 중국과 인도 등이 비싼 값을 주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제재가 있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 독일 관리는 “원칙적으로 우리는 옐런 장관이 제시한 미국의 아이디어에 개방적이지만 일이 올바르게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F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