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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가 인상보다 많아졌다
21일(현지시간) 시장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도이치방크의 짐 리드 전략가가 전세계 81개 중앙은행을 분석한 결과 이번달 금리를 인하한 중앙은행 수가 인상한 곳보다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등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강경 긴축에 나섰다가, 이제는 그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고자 완화 쪽으로 기우는 변곡점에 섰다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칠레다. 칠레는 지난 7월 금리를 11.25%에서 10.25%로 100bp(1bp=0.01%포인트) 내렸다. 6월 물가 상승률이 7.6%까지 떨어지면서 완화로 전환한 것이다. 칠레는 2021년 7월 당시 금리를 0.50%에서 0.70%로 20bp 올린 이후 11.25%까지 역대급 긴축을 강행했다. 그 직후인 한 달 뒤 브라질이 13.75%에서 13.25%로 50bp 전격 인하했다. 멕시코는 현재 11.25%에서 계속 동결 행진에 나서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4%대인 만큼 인하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리드 전략가는 “이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세계 경제의 연착륙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고무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TS 롬바르드의 다리오 퍼킨스 분석가는 “(미국보다 앞서는 중남미 국가 등의 인하 행진은) 전세계 통화정책 사이클의 전환”이라며 “투자자들은 이를 반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역시 긴축 속도를 늦추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3회 연속 5.25~5.50% 수준에서 동결했다. 미국은 최근 소비 지표와 물가 지표 모두 하락세를 보이면서 경기 침체 시나리오까지 떠오른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7월 이후 10회 연속 금리를 올린 이후 지난달 처음 4.5%에서 동결했고, 영국 영란은행(BOE)은 14회 연속 인상 끝에 지난 9월 이후 5.25% 수준에서 두 번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유로존과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각각 2.9%, 4.6%(이상 전년 동월 대비)까지 낮아지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진국들의 물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에 맞섰던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미국 등 주요국들이 언제 금리를 내릴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년 5월 5.00~5.25%로 인하에 나설 확률을 47.4%로 보고 있다. 5.25~5.50% 동결(38.5%)보다 높게 봤다. 모건스탠리는 “BOE가 내년 5월 인하에 돌입하고 그 직후인 6월 연준과 ECB가 뒤따를 것”이라고 점쳤다.
들뜬 시장…美·유럽 행보 주목
리드 전략가는 “금리 인하 정도가 연착륙 시나리오에서 책정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만약 더 강한 경착륙이 온다면 더 많은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퍼킨스 분석가는 “불행하게도 앞으로의 여정은 여전히 위험하다”며 “경착륙과 노랜딩(no landing) 시나리오 역시 여전히 살아 있다”고 전했다. CFR의 샘 스토벌 수석전략가는 “시장 예상보다 금리가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시장의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정작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FOMC 위원들은 금리 인하 논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독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의 향후 방향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데, 지금은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며 “단기적인 상황을 근거로 해서 (조기 금리 인하 등)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