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한집중이 禍 불렀다`
신한금융이 검토중인 지배구조 개편안은 핵심 계열사 CEO들이 그룹의 주요 사안을 심의하고 결정토록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상법상 형식적 최고의결기구는 이사회지만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요 계열사 CEO들이 직접 그룹경영의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한금융에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하는 경영협의회와 `수요 CEO 미팅`이 있다. 하지만 이들 모임은 상법이나 정관 등 법률적 구속력이 없어 신한금융이 구상하는 공동의결기구와 차이가 있다. 예컨대 경영협의회는 모든 계열사 사장이 참여하기 때문에 분기실적 등 일상적인 업무를 검토하는 수준에 그친다. CEO 미팅도 매주 열리긴 하지만 특별한 안건없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정도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그룹의 실권을 쥔 지주사 회장이나 사장이 이미 마음을 굳힌 상황에선 이들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반론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지난해 경영진 내분사태도 외부적으로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기능이 미흡한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극소수 경영진의 전횡을 막을 장치가 없어 불거졌다는 게 신한금융의 판단이다.
신한금융 고위관계자는 "그룹내에서 지난해 일(신한사태)도 몇몇 경영진에게 의사결정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벌어진 것이라는 자성이 있었다"면서 "이를 거울삼아 그룹 현안을 최대한 민주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방안중 하나로 CEO들에게 권한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배구조 새 모델되나..또다른 거수기 탈피가 `관건` 여기에는 한동우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게 신한금융 안팎의 관측이다. 한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지난 30여년간 신한인으로 살아오면서 오늘과 같은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면서 "그간의 시행착오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지배구조 개선 ▲투명한 승계프로그램 마련 ▲조직개편 등 크게 3가지다.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해 12월 회장과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가 회장 1인의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번에 회장의 권한 일부를 계열사 CEO 공동의결기구로 위임하는 방식으로 매듭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승계 프로그램과 조직개편안도 조만간 확정해 6월말이나 7월초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한다는 게 신한금융의 입장이다.
따라서 신한의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금융권에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감독당국, 연기금 등의 요구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의 아이디어는 결국 회장 스스로 계열사 CEO의 견제와 조언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며 "회장의 의중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거수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성공하면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이 탄생하는 것이라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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