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온실에 매화향기 가득하네

  • 등록 2009-02-18 오후 1:57:08

    수정 2009-02-18 오후 1:57:08

[노컷뉴스 제공] 남녘에서는 매화꽃이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릴 태세다. 그런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살았던 양수리에서는 매화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홍매, 백매,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매가 활짝 피어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 ' 내 온실 '석창원'의 풍경이다.


평일인 17일 오전, 서울 신정동 집에서 승용차에 올라 네이게이션에 '양서문화체육공원'을 입력한 뒤 1시간 30분가량 달리자 목적지에 당도했다. 체육공원 인근 세미원에 들러 다시 길을 물어 1.7킬로미터 떨어진 석창원에 도착했다.


6번 국도를 잇는 신양수대교 아래 높이 솟은 500평 규모의 온실이 눈에 들어왔다. 온실 앞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수면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수면 위로는 거대한 얼음판이 덮여 있었고, 얼음판 위로는 싸라기 같은 흰 눈발이 바람에 날려 빗자루로 쓸어놓은 듯 섬세한 이랑을 이뤘다. 가까이는 갈색의 마른 갈대가 얼음을 사이에 두고 물속 또는 물위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멀리로는 남실남실 물이랑에 햇빛이 반사되어 은갈치가 뛰어오르는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듯 눈이 부셨다.

온실 안으로 들어서자 훈기가 느껴진다. 매화꽃을 미리 터뜨리기 위해 온실 온도를 4도 이하로 일정하게 맞춰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매화꽃을 일찍 피운 '석창원'은 설 연휴인 1월 25일부터 '매화꽃 잔치'를 열고 있다. 문을 연지 5년째인 '석창원'이 매화꽃 전시를 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매화꽃 잔치'를 당초 2월 22일까지 행사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3월 15일까지 행사를 연장하기로 했다. 꽃이 늦게 피어 2월 28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가 방문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아예 3월 중순까지로 늘린 것이다.


현재 온실 안에는 심어진 매화나무가 30그루, 매화분재가 50개 정도에 이른다. 매화꽃은 보통 머물어서 지기까지 10-15일 정도 유지하고, 개화한지 1주일 정도면 낙화한다. 2차 전시를 위해 매화분재 100개정도를 추가로 들여놓을 계획이다.

다음 주에는 매화시사회도 연다. 매화를 주제로 시와 편지를 쓰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어 기량을 겨룬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죽란시사'를 이어받은 것이다. 다산 선생은 여러 가지 화초를 화분에 심어 작은 마당에 진열해 놓고 살구꽃, 국화, 연꽃, 매화 등 꽃이 필 때마다 친구 10여명과 시를 지으며 어울렸다. 이것이 '죽란시사'이다.


석창원 안에는 매화꽃뿐만 아니라 붉은 동백꽃, 노란 수선화, 진홍빛 명자나무 꽃, 노랗고 탐스럽게 열린 유자가 시선을 끈다. 모가지 째 떨어져 물 위에 고요히 떠 있는 동백꽃의 자태는 시간이 멎어 있는 듯하다.

옛날 전통 정원, 500년 전 온실, 이동식 정자인 '사륜정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나라의 전통정원의 구조가운데 하나인 '석가산'을 재현했는데, 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석가산을 만들었다. 보덕굴, 정양사, 묘길상, 삼불암, 마하연 등도 축소 복원했다.1450년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가요록'은 세계최초로 온실 건축이 기록되어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기록에 근거해 500년 전 온실을 재현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사륜정기를 보면, 풍류를 즐기기 위해 정자에 네 바퀴를 달아 경치 좋고 서늘한 곳을 찾아 움직이는 이동식 정자를 설계한 기록이 있다. 요즘의 캠핑카이다. 800년 만에 복원되었다.



거문고, 아쟁 등 유장한 국악가락과 연못 인공폭포가 쏟아내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매화 향기에 빠지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송글송글 땀 맺힌 몸을 두물머리 정월 강바람에 내놓으니, 눈 속에서 꽃망울 터뜨린 매화가 된 기분이었다.

'석창원'은 세미원과 마찬가지로 사단법인 우리문화가꾸기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매화꽃 잔치' 전시회 관람은 사전예약을 해야 무난히 입장할 수 있다.

관람 문의: 세미원 031)775-1834 홈페이지:www.sem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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