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최근 헌재의 선거구 재획정 판결에 비견될 정도로 파장이 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가 근래 들어 정치권에 연이어 핵폭탄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의 사법화’ 우려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 3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통진당
헌재는 19일 오전 통진당 해산심판청구사건에서 재판관 8(위헌)대1(합헌)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했다. 헌재는 또 통진당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는 의원직을 상실하는 결정도 함께 내렸다. 지난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처음 ‘강제해산’ 결정을 통해 역사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통진당 해산은 이날 판결과 동시에 효력을 갖는다. 헌법재판소법은 ‘해산 결정이 선고된 때에는 그 정당은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법에 따라 통진당의 잔여 재산도 모두 국고로 귀속된다. 위헌 판단에 따라 재산을 모두 몰수 당하게 되는 것이다. 국고보조금 지급도 당연히 중단된다.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구 세 곳에 대해서는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통진당 소속 현역 지역구 의원은 김미희 의원(경기 성남중원), 이상규 의원(서울 관악을), 오병윤 의원(광주 서을) 등 3명이다. 다만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 등 비례대표 2명에 대해서는 의석 승계없이 의원정수 298명으로 유지된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면서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고 반발했다.
통진당은 지난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과 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 등 세 당이 통합해 출범했다. 다만 이듬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이 불거지며 신당권파가 탈당했고,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까지 터지면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통진당은 현재 진보진영 내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탈당한 상태여서 진보 정치권 내에서도 소수로 분류된다.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與 유리한 구도 불가피
당장 정치권에는 이해득실에 대한 계산을 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정치권에 있을 추후 파장은 가늠조차 어려울 정도로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퍼진 보수와 진보의 대결 양상까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일단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간 ‘종북 척결’을 내세워 꾸준히 통진당 해산을 주장해와서다. 당장 보수층이 단단히 재결집하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이는 최근 ‘비선실세 논란’으로 다소 불리해진 정국을 단박에 헤쳐갈 수 있는 동력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헌재의 판결과 동시에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이 종북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은 오늘로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헌법의 승리이자 자유민주주의 승리, 정의의 승리를 안겨다 준 헌재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윤영석 원내대변인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면서 “헌법과 민주적 기본질서가 승리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대야(對野) 관계에 있어서도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했기 때문이다. 통진당 의원들을 국회로 입성시킨데 역할을 한 만큼 종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 언제든지 터져나올 수 있어서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최근 통진당 해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여의도 정가의 구도는 추후 있을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등 대형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념 문제는 선거 때마다 단골소재로 등장할 게 유력하다.
곤혹스러운 새정치연합‥‘정치의 사법화’ 우려도
박 대변인은 “새정치연합은 헌재의 오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통합진보당에 결코 찬동하지도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해산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 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의 존립기반은 주권자인 국민”이라면서 “따라서 정당의 운명은 국민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에 합당하다고 본다”고도 했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비선 논란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와중에 터진 것이어서 더 뼈아프다는 관측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당장 여야가 최근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과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현안에서도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권 내부에서는 헌재의 잇단 판결이 ‘정치적’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온다. 헌재가 간섭 받지않은 권력으로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헌재의 지난 선거구 재획정 판결 당시 정치권에 개헌 논의가 커지자 헌재가 핵폭탄을 떨어뜨려 자중지란을 촉발했다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했다. 개헌 논의가 커지면 헌재와 대법원의 통합 문제도 자연스레 나올 수 있고, 이는 헌재에 껄끄러운 이슈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헌재의 판결 직전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사법의 정치화도 문제지만 정치의 사법화도 경계해야 한다”면서 “헌재 결정 이후 사회의 보수와 진보 갈등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또다른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정당·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로 매우 개탄스럽다.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김종민 대변인)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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