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마이너스 물가, 소비둔화·유가급락에 복지정책 확대 영향"

△물가상승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둔화에 국제유가 하락이 더해지며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하락 전환했다. 한국은행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고교 무상교육 등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가 물가 하방압력을 가세했다고 봤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2일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월 이후 점차 둔화되어 4월중 0.1%로 크게 낮아진데 이어 5월에는 -0.3%를 기록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국제유가 급락이 큰 폭의 물가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복지정책 확대 등으로 정부정책 측면의 물가하방압력이 증대된 데 주로 기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0.3%(전년동월대비)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9월(-0.4%) 이후 8개월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개인서비스물가가 낮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지난달엔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까지 더해졌다.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월 배럴당 64달러에서 2월 55달러, 3월 34달러, 4월 23달러로 떨어졌다 지난달 32달러를 회복했다.

한은은 또 “3월 이후 이후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고교 무상교육 및 무상급식 확대 등 정부정책이 추가적인 물가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3~6월중 승요차 구매시 적용하는 개별소비세율은 기존 5.0%에서 1.5%로 인하했으며 지난 4월부터 납입금 무상지원을 고교 2~3학년으로 확대했다.

△주요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료=한국은행)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지난달에는 우리나라 외 주요국에서도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달 캐나다, 그리스, 스페인 등 OECD 35개국 중 11개 국가에서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나타냈으며, 5월에는 현재까지 물가지수가 발표된 유럽지역 18개국 중 12개국이 마이너스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하방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각 국가별로 봉쇄조치의 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한은은 “전면봉쇄가 시행된 미국 및 유로지역의 경우 공급망 차질 등으로 식료품가격 상승폭이 큰 가운데 영업중단 및 이에 따른 가격조사의 어려움 등으로 수요둔화에 따른 서비스물가의 하방압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이 물가상승률 둔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경우 전면봉쇄가 시행되지 않아 식료품가격 상승이 비교적 작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서비스물가 하방압력이 상당폭 반영되면서 미국 및 유로지역에 비해 물가상승률을 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