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번호통합에 대한 연구결과와 사업자, 사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정책 시행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지난 2001년부터 논의돼 2002년 결정된 번호통합 정책은 지난 2003년부터 3G 사업자에 010번호를 공동으로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진행됐다.
번호자원 확보와 번호 브랜드화에 따른 시장지배 등을 막고자 추진된 010 번호통합 정책은 그동안 01X 번호 사용자들의 반발과 사업자들의 이해갈등과 부딪히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럼에도 지난 2월 010 번호 사용자가 전체의 80%를 넘어서자, 방통위가 명확한 정책수립에 나선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열풍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더는 번호통합 정책을 논란 속에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명확한 번호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서비스를 미리 준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번호통합 정책 폐기 요구도
010 번호통합 정책이 어떻게 결론날 것인지는 점치기 쉽지 않다.
먼저 010 번호통합을 100%까지 달성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번호통합 정책으로 해결하려 했던 문제점이 이미 해소됐기 때문이다. 010 사용자가 80%를 넘어섬에 따라 번호자원도 충분해졌으며, 3G 가입자 확대와 번호이동 정책으로 번호 브랜드화 문제도 해소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정부의 010 번호통합 정책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정책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상임이사는 8일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이 주최한 `이동전화 번호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010 번호통합 정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처음부터 잘못 설계됐다는 것"이라며 "정책목표를 이미 달성했고,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해칠 수 있는 정책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서민기 대표 역시 "과거 옛 정보통신부 시절 잘못된 정책으로 많은 국민들이 010 번호통합 정책의 본질도 모르고 번호를 변경했다"며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소비자와 충분한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방통위 역시 번호통합 정책 방향을 수립하며, 번호통합 정책을 끝까지 실시할 것인지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번호통합 정책의 시행을 목표로 두고 시점만을 고민해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면 백지화 어려워..강제통합 여부에 주목
또한 번호통합 정책을 기반으로 3G 사업에 집중해 온 사업자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이미 KT(030200)는 번호통합 정책에 따라 3G 사업에 집중, 010 번호 사용자가 94%를 넘어섰으며 2G 서비스 종료를 계획하고 있다. LG U+(옛 LG텔레콤(032640))은 2G임에도 신기술이라는 이유로 010 번호통합 정책을 따라야 했다.
따라서 01X 사용자들이 3G 기반의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 주장하고 있는 01X 사용자들의 3G 번호이동 허용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방통위가 010 번호통합을 강제로라도 100% 달성할 명확한 시점을 결정하거나 지금처럼 사용자 의지에 따르는 점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두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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