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과 세월호 참사 애도에 감사를 표하고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를 설명하는데 9분 10초를 사용했다. 이어진 오바마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를 거듭 표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나방향 등을 언급하는 데 5분 30초가 걸렸다.
그러나 질의응답 순서에선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박 대통령은 한국 기자의 첫 질문을 받고 2분 2초 동안 답변했고, 이어진 두 미국 기자의 질문에는 3분 42초, 3분 4초 씩 답했다. 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합해도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박 대통령은 준비된 모두발언을 통해 구체적인 회담 내용을 전달한 후 질의응답에는 핵심만 언급했다. 과거 다른 정상들과의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비해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자세한 내용은 질의응답을 통해 공개했다.
두 정상의 스타일 중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은 준비된 핵심 메시지를 나열하기 때문에 말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 하지만 언론과의 소통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를 형성하는 장점이 있지만, 기자들에게 예기치 않은 ‘기사거리’를 줄 수도 있다.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끔찍하고 지독하고 충격적’이라고 비난한 것은 준비된 답변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기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양국 이슈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기자들은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이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국 기자들 사이에선 “우리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