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닷새째 진행 중인 가운데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힐러’(Healer) 역할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석현 부의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무제한 토론 도중 “서기호 의원님, 세 시간 가까이 수고가 많다”라며, “필요하시면 본회의장에 딸린 부속 화장실에 3분 내로 다녀와라”라고 제안했다.
서기호 의원은 이에 “미리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 걱정해줘서 감사하다”라며, “제가 힘들까봐 (이 부의장이) 쉬는 시간을 가지라는 취지에서 말씀하신 것 같다. 물을 조금 더 마시겠다”라고 말했다.
|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김경협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이석현 국회부의장에게 김 의원의 발언이 의제와 벗어 났다고 항의를 하자 이 부의장이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설전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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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부의장은 전날 필리버스터 9번째 토론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발언이 이어질 때도 “의원들이 지금 5시간, 10시간씩 서서 필리버스터 발언을 하는데 화장실을 가게 했으면 좋겠다”라며, “이 본회의장에서 문만 열고 나가면 30초도 안되는 거리에 화장실이 있는데 가지를 못한다”라며 걱정했다.
이 부의장은 이어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이야기 해 잠깐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라며, “성스러운 국회에서 어떻게 발언하다가 화장실을 가느냐는 비판이 있을 거라는데,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아니고 속된 곳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 부의장은 “이렇게 뒷모습을 보니까 참 외로워 보이고 고독해 보인다. 용기 잃지 마시고 더 열심히 해서 국민으로부터 더 큰 인정을 받고 무엇보다 스스로 양심에 만족할 수 있는 의정 활동 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해 강 의원을 눈물 짓게 했다.
또 이 부의장은 25일 새벽 더민주 김경협 의원의 무제한 토론 중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김 의원의 발언이 의제와 벗어났다고 항의하자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 부의장을 두고 필리버스터의 ‘힐러’라고 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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