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당서기 사건으로 중국 전역이 떠들썩한 가운데 그가 재임하던 시절 충칭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성공적인 성장 모델로 꼽혔던 `충칭 모델`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 ▲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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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충칭시가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활용했던 주요 투자기관 10개가 지난해 기준으로 3460억위안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시라이가 충칭시 당서기로 부임했던 지난 2007년 당시 부채 규모가 1620억위안이었던 것의 배에 달한다.
물론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앞장서다 막대한 빚을 안게된 도시는 충칭시 말고도 중국에 많다. 하지만 충칭의 성장모델과 현재 상황은 중국 경제가 안고있는 문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충칭시는 신속한 경제성장과 분배 개선을 통한 공동의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 산하 기업이 주요 사업분야를 독점했으며, 부채를 일으켜 각종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포함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명 충칭 모델로 불리는 성장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충칭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6.5%를 기록했다.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무려 7%포인트나 높다. 충칭시는 `중국의 시카고`라 불리며 값싼 노동력, 튼튼한 사회기반시설 등으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부작용도 많았다. 충칭시는 시 산하의 투자기관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렇게 끌어모은 자금이 대부분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현재 중국 부동산 가격은 계속 하락중이다. 언제든 중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뇌관과 같은 존재인 셈이다.
| ▲ 충칭시 부채 규모 추이. 2007년 보시라이 당서기가 부임하던 당시에 비해 크게 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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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시가 앞장서서 투자했던 공공주택 건설 프로젝트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충칭시는 약 4088만제곱미터(m²) 규모의 서민용 주택을 건설 계획을 통해 중국의 주택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를 위해 투입된 자금의 70% 밖에 상환하지 못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결국 나머지 부족분에 대해선 지방 혹은 중앙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충칭시가 지고 있는 실제 부채 규모가 3460억위안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충칭시 국영기업, 부동산개발업체, 소규모 투자기관 등이 가지고 있는 부채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빅터시 노스웨스턴대학교 중국 지방정부 부채 부문 전문가는 "충칭 지방정부, 충칭시 국영기업,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등이 보유하고 있는 총 부채규모는 지난해 1조위안이 넘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