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까지 청와대의 고강도 압박에 “부담”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힘겨루기에 나선 여야의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진 의문이다.
고강도 압박…靑, 야당 정면 겨냥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7일에 이어 불과 사흘 만에 춘추관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은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불발에 대한 유감 표명과 ‘공무원연금-국민연금 연계불가’ 방침을 밝힌 지난 브리핑과는 강도 자체가 달랐다.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논란에 대해 “세금폭탄”, “미래세대 재앙”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향후 65년간 추가 세금 부담만 1702조원”, “내년에만 1인당 209만원 추가 보험료” “2060년부터는 보험료만 소득의 4분의 1” 등의 구체적 수치도 들이댔다.
김 수석의 브리핑은 국회에 대한 ‘읍소’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공적연금 강화를 요구하는 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집권여당은 어디로 가고 청와대가 정치의 전면으로 나서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김영록 수석대변인)는 격양된 반응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한 여야 합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무참히 깬 것은 다름 아닌 청와대”라고 반격을 가했다.
갈등 확산…개혁 동력 떨어질 듯
실제 이날 유승민 새누리당·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간 첫 상견례 자리에선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대타협 정신에 의한 여야 합의는 지켜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이를 지키지 않아 신뢰 파괴로 인해 불신의 정치로 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수석은 “여야 합의정신에 반해서 지켜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새누리당의 입장표명 있어야 한다”고 사실상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여권 내부에선 합의안을 그대로 살려야 할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지에 대한 기류도 명확치 않다. 현실적으로 합의안을 처리하는 방안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가 세지만 그대로 통과시키기엔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당·청 갈등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평가된다. 당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과정에서 당이 고생은 다했는데 막판에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 김무성 대표도 언짢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김 대표는 4·29 재보선 압승 이후 상승세가 확고했는데 이번에 청와대의 한마디에 모든 게 틀어져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