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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인 지난 5일 출국했다. 그는 이후 상황은 자세하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도 한강은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 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참석자들에 설명했다.
많은 시민이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배경에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은 덕분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한강은 “젊은 세대 분들에게 광주로 가는 진입로 역할을 조금은 해줬을 순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보긴 했다”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강은 예고에 없던 소설 낭독을 하기도 했다. 당초 이날 행사는 현지 배우들이 한강 작품을 낭독하고 한강은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할 예정이었다. 한강은 ‘희랍어 시간’ 일부를 우리말 원문으로 낭독했다. 배우 카린 프란스 셸로프의 스웨덴어 번역본 낭독이 이어졌다. ‘희랍어 시간’ 스웨덴어 번역본은 아직 출간되지 않아 현지 독자에 깜짝 선물을 한 셈이 됐다. 스톡홀름에서의 노벨상 관련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친 한강은 곧 귀국해 집필에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