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증권산업과 시너지 낼수 있을까?

회사측 "보유자산 효율적 관리위해 증권사 인수"
기존 증권사 + 막강한 자금력→수익창출 기회 기대
일각선 "전문성 없는 밀어주기는 得보다 失" 우려도
  • 등록 2008-05-30 오후 2:48:19

    수정 2008-05-30 오후 2:48:19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현대중공업(009540)의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 인수가 결정되면서 증권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증권업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를 예의주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우려하는 반응이었다.

현대중공업은 30일 현대미포조선과 공동으로 CJ그룹측이 보유하고 있는 CJ투자증권 및 CJ자산운용 주식인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측은 "현재 조선업황 호조에 따른 대규모 현금자산과 투자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어 보유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인수키로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CJ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의 사업역량과 연계될 경우 추가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요인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CJ증권 사업영역 갖춘 중견사..현대중공업과 시너지 가능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의 증권업 진출 배경은 이해가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정돼 있는 국내 증권업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신생회사가 아닌 사업영역을 어느정도 갖춘 CJ투자증권과 자금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의 결합은 경쟁사 입장에선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A증권사 기획담당은 "현대중공업이 현재 보유한 대규모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운용을 위해 증권업 진출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며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유가증권 발행을 계열증권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잇점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CJ투자증권이 계열사라고 해서 모든 증권관련 업무를 맡길 순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전문성이 없는 영역에서 계열사 밀어주기를 위해 모든 업무를 맡긴다면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업은 돈만 밀어준다고 되는 것이 아닌 창조성과 전문성의 기반을 갖춰야 발전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이 진출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금융전문업체 육성을 통해 증권업 전체를 발전시키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B외국계증권사 홍보담당 임원은 "CJ투자증권이 어느정도 증권업계에 위치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중공업의 인수는 현대차그룹의 옛 신흥증권 인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 임원은 "국내 증권업 시장규모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경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증권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 진출을 많이 얘기하지만 단순히 목표만 갖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긴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현대중공업도 일단 국내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최근 증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온라인거래 최저수료와 같은 업계간 제살깎아먹기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重, 초기 증권업 진출은 수월.. 장기성장 가능성 "글쎄"  

일각에선 현대가(家)의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이 모두 증권업을 진출하게 된다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C증권사 상품전략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이 HMC증권에 수조원의 자산위탁을 맡기면서 현대증권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HMC증권이 일단 초기에는 그룹 지원으로 외형은 키울 수 있겠지만 HMC증권이 자체적인 영업력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CJ투자증권도 현대중공업의 지원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D자산운용사 임원도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을 통해 초기에는 쉽게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에 어떻게 성장할 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 일부에선 CJ그룹이 증권사를 매각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E자산운용사 임원은 "대기업은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성장동력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금융업은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시장규모가 갈수로 커지고 있어 CJ그룹이 현재 영위하고 있는 제조업 사업부문과는 경제적 이익규모에서 차원이 다르다"면서 "CJ그룹이 금융업을 포기한 것이 잘한 선택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현대重, CJ證 인수.."효율적 자산관리"(종합)
☞현대重, CJ증권-운용 인수 양해각서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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