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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지난 1996년 7월 1일 처음 문을 연 코스닥이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약관(弱冠)으로, 이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2월 제9대 코스닥협회장으로 취임해 임기 2년째에 접어든 신경철 회장도 코스닥이 미국 나스닥처럼 첨단기술 기업 중심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신 회장은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스닥은 2012년까지 부품·장비 업체가 주류였지만 2013년 이후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바이오와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 기술성 및 성장성을 갖춘 업종 위주로 재편됐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제조업체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떠난 자리는 셀트리온(068270)과 카카오(035720), CJ E&M(130960), 메디톡스(086900) 등이 채웠다. IT(정보기술)와 BT(생명과학), CT(문화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는 업종의 기업들이다.
아울러 신 회장은 코스닥시장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코스닥 기업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 과세 기준이 강화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범위가 기존 ‘지분율 4% 이상 혹은 시가총액 40억원 이상’에서 ‘지분율 2% 이상 혹은 시가총액 2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 것. 신 회장은 “대주주가 과세를 피하기 위해 20억원 미만으로 투자하면 기업이 클 수 있겠나”라며 “중소기업 대주주의 양도차익세율을 10%에서 20%로 높인 것도 중소기업이 많은 코스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싱가포르나 홍콩 등 경쟁국보다 최대 3배 높은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고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은 계속 건의를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영 및 회계 불투명성에 기인한 이른바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많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2011년 58건에 달했던 상장폐지 건수는 지난해 18건으로 5년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횡령·배임 혐의 발생은 23건에서 8건으로, 불성실공시는 110건에서 53건으로 감소했다. 신 회장은 “루머 등에 휩쓸려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지만 예전보다 투명한 시장이 된 것은 맞다”며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심사를 면밀히 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협회 차원에서도 상장사 공시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 중”이라며 “시장 감시 강화에 협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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