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SK의 진실게임..누구 말이 맞나

[이데일리 김현아, 한규란 기자] 2일 최태원 SK(003600) 회장의 법원출두를 시작으로 검찰과 SK의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첫 공판에서 "회사자금을 펀드투자와 저축은행 대출 등을 통해 빼돌린 신종범죄"라면서 "대기업 총수라고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SK측 변호인은 "일부 실수는 인정하나 검찰의 공소사실은 과장됐다"면서 "SK그룹이라고 지나친 범죄 시각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건 아닌 지 면밀히 봐달라"고 반박했다.

법정에 출두한 최태원 회장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하다"면서도 "다만 왜 이런 오해까지 받을까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 재판장님께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법원에 출석한 것은 부당 내부거래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지난 2005년 6월 이후 7년 만이다.  



◇ 쟁점별 입장차 극명..진실 공방 가열  검찰이 제기하는 혐의는 크게 3가지.

먼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지난 2008년 SK 계열사에서 2800억원을 베넥스인베스트먼트로 투자하게 한 뒤 이 중 497억원을 선물투자를 위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룹 회장 일가가 창업투자사를 사금고화하고 바지 사장을 내세워 계열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SK측은 "계열사들이 베넥스에 투자한 것은 그룹차원의 장기투자계획에 따른 것이고, 문제가 된 펀드자금은 최 회장은 전혀 알지 못했고, 최 부회장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 말만 듣고 1달간 빌려 사용한 뒤 이자까지 쳐서 다시 반환해 놓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또 지난 2005년부터 5년간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을 과다지급한 뒤 이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39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되돌려 받은 현금을 별도 오피스에서 관리해 최 회장측의 필요에 의해 사용됐다. 일부는 지난 2006년 딸의 해외유학경비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SK측은 "계열사 CEO들이 공동경비로 쓰기 위해 매년 30여억원씩 모았던 것"이라면서 "비자금이라면 이중 장부이겠지만 정식으로 회계처리됐다"고 반박했다. 또 "(딸 유학비로 쓴 것은) 그룹 재무팀이 회장의 개인예금까지 관리하면서 자금이 혼용됐기 때문"이라면서 "단 몇 차례 있었던 일이고 금액도 77만원, 가장 많게도 1600만원에 불과한만큼 비자금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최재원 부회장이 2010년 베넥스 투자금으로 자신의 IFG 차명주식 6500여주를 적정가의 8배인 230억원에 매입토록 해 201억원 상당을 배임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SK측은 "복수의 회계법인에 IFG 주식 가치를 의뢰한 결과 오히려 싸게 매입했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 15일 2차 공판..재벌 봐주기? 재벌 때리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오는 15일 2차 공판을 열고, 5월 말까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재판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그룹측은 검찰 공소사실 중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자금에 대한 운영상의 실수외에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날선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과 SK는 공소 사실에 대한 극심한 입장 차 외에도 정반대의 시각으로 여론 재판을 걱정하고 있다.

검찰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해당 기업이 인질로 변질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주장했다. 반면 SK 그룹측은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경영상의 일부 실수가 횡령으로 과장돼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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