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서울 종로 영풍문고 지하 2층에 가면 책 냄새 대신 화장품 향기가 진동을 한다. 2층과 1층 연결통로 귀퉁이를 돌자마자
아모레퍼시픽(090430) 브랜드 제품을 한데 모아 파는 ‘아리따움’ 매장을 만날 수 있어서다. 화장품을 길거리 숍이나 쇼핑몰·백화점에만 살 수 있다는 상식은 이곳에선 별개의 이야기다. ‘책’과 ‘화장품’의 동거인 셈이다.
| (사진=뉴시스)서울 종로 영풍문고를 찾은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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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서점에 입점된 화장품 매장은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아리따움’과 반포 고속도로터미널 내 반디앤루니스에 입점한 ‘이니스프리’ 매장 등 총 2곳이 유일하다. 과거 광화문 교보문고에 ‘더페이스샵’이 입점한 적이 있지만 2010년 당시 교보빌딩 전체를 재단장하면서 매장을 뺐다.
아리따움 측은 서점을 찾은 여성들의 구매 욕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데다 최근 외모 꾸미기에 한창인 남성들에게 홍보 효과도 높을 것으로 보고 지난 2011년 서점에 매장을 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서점을 즐겨찾는 주부나 직장인들이 책을 본 후에 일부는 화장품 구매로 이어지면서 아리따움 영풍문고점의 최근 1년 간 매출은 전년 대비 85% 늘어났다.
아리따움 매장 관계자는 “서점을 드나드는 방문객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때문에 매장을 둘러보다 구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평일엔 근처 직장인들이 자주 찾고, 주말엔 10대부터 주부, 중장년층 남성 등 다양한 연령층이 매장을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대형서점 북클럽 회원 가운데 50~60대 평균 구매량이 20~30대보다 두 배 더 많은 점이 이를 반증한다. 접근성도 좋다. 지하철 1호선과 5호선, 시청·종로·광화문·을지로로 이어져 유동인구는 물론 방문객들의 유입도 많아서다. 환승역이 아님에도 1호선 종각역과 5호선 광화문역 일평균 이용객수는 각각 9만, 7만여명에 달한다. 특히 주말엔 10만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니스프리 역시 서울 반포동 고속터미널 내 반디앤루니스에 작년 12월께 들어섰다. 이니스프리 측은 “명동 상권처럼 타 브랜드숍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며 “강남지역 중심지 중 한 곳이기 때문에 10~20대 타깃층이 많이 몰리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팔리는 제품도 다양한 연령층이 다녀가는 것만큼 다채롭다. 네일·립·팩 등 1500~3000원대 제품부터 에센스, 에어쿠션 등 인기 제품도 잘 나간다. 서점을 방문한 한 박유영씨(32·여)는 “매장을 둘러보다 서점 안에 화장품 매장이 있어 재미있었다”면서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고, 다 쓴 립스틱이 떠올라 바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김모씨(51·남)는 “서점은 구입할 정확한 목록을 정해놓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화장품이나 전자제품, 음반, 커피점 등 문화생활 공간을 함께 누릴 수 있어 편리한 것 같다”면서도 “다만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약간 염려스럽다”고 걱정했다.
업계에선 소비자 요구와 일종의 불황 마케팅 전략이 맞물려 매장 형태를 다양하게 변모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격적인 매장 구성 등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매출 상승을 위해 업체 간의 영역, 경계들이 허물어지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서울 종로 영풍문고 지하2층에 입점된 화장품 멀티숍 아리따움 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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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서울 종로 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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