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김현아 기자] 웨이브, 티빙 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이 줄줄이 구글 안드로이드 인앱결제 이용자 서비스 요금을 올린다. 인앱결제 강제에 나선 구글의 ‘갑질’ 여파 때문이다.
국내 OTT업체는 연이어 다음 달부터 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티빙은 안드로이드 이용자 대상 인앱결제 요금은 기존 7900원(베이직), 10900원(스탠다드), 13900원(프리미엄)에서 각각 9000원, 12500원, 16000원으로 올린다고 공지했다. 웨이브도 4월초까지 인앱결제 체계를 구축하고, 안드로이드 앱 내 구독 이용권 가격을 15%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 구글이 4월 1일부터 변경된 앱스토어 정책을 적용한다.(자료=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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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격 인상은 구글이 최대 30% 수수료를 적용하는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지침을 통보하면서 이뤄졌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 내 등록된 앱에 대해 외부 결제 창으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삭제하지 않으면 업데이트를 받지 못하도록 조치했고, 6월부터는 스토어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구글은 앱스토어 독점 문제로 애플과 함께 전 세계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사실상 인앱결제 강제 조치를 내린 셈이다.
앞서 구글은 애플과 마찬가지로 앱수수료 30%를 적용했다. 게임 등 디지털 재화 단건에만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적용했고, 구독형 서비스 등에는 적용을 미뤄왔다. 하지만 인앱결제 강제 행보에 나서면서 디지털콘텐츠 전반에 확대해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3자 결제시스템을 써왔던 국내기업들은 새로운 지침이 의무화에 따라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 구글은 한국과 네덜란드 등 규제 당국을 우회해 대체 결제시스템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앱결제 강제를 비판해왔던 대표적인 기업인 스포티파이와 협력해 대체 결제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인앱결제와 개발자 자체 결제 중 선택해 인앱결제 우회를 허용하면서도 수수료를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다.
JP모건은 지난 23일 발표한 ‘북미 자산 연구’ 보고서에서 “구글과 스포티파이가 연내 대체시스템을 구축해 결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과 네덜란드 등에서 법으로 대체 결제 시스템 수수료를 의무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는 구글의 스포티파이와의 제휴가 결제수수료율을 밝히지 않은데다 특정 기업에만 혜택이어서 우리나라 국회 문턱을 넘은 인앱결제강제 방지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제3자 결제나 외부 결제를 막지는 않았지만 아웃링크를 걸 수도 없고, 직접적으로 이를 알리는 홍보활동도 못하도록 막았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아끼려면 PC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결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