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하지 않은 알뜰주유소, '약발' 안 받나

서울 단 8곳…가격도 싸지 않아 '100원 저렴' 정부 발표 무색
실효성 논란 확산…지경부 "모니터링으로 과당이익 규제"
  • 등록 2012-08-07 오후 2:00:34

    수정 2012-08-07 오후 2:00:34

[이데일리 박정일·한규란 기자]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고 추진한 알뜰주유소 정책이 애초 의도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평가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아 효과를 거두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서 알뜰주유소 단 8곳…가격도 싸진 않아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 국민의 4분의 1 가량이 거주하는 서울시내 알뜰주유소는 단 8개에 불과하고 일부 주유소는 주변 브랜드 주유소보다 가격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서울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알뜰주유소인 형제 주유소는 해당 지역인 금천구 주유소 19곳 중 12번째로 가격이 저렴했으며 근처 SK아미산업(독산주유소)보다 10원 더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알뜰주유소인 유풍주유소도 인근 광호주유소와 현대오일뱅크, 연희주유소와 비교해 57원이 더 비싸다. 광진구 용마주유소는 광진구 전체 24개 주유소 평균(1931원)보단 334원가량 저렴했지만 전체 중에서는 6번째로 싼 주유소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주유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이 6일 기준으로 집계한 바로는 서울서 가장 싼 주유소 8곳 중 알뜰주유소는 단 한 곳도 해당되지 않았다.

6일 기준 서울 시내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주유소. (출처 소비자시민모임)
전국 모든 알뜰 주유소에서도 유사한 양상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의 발표에 의하면 전국 10개 광역시·도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무폴주유소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논란 공방…지경부 “모니터링 강화”

그러자 자영 주유소 사장들의 모임인 한국주유소협회는 알뜰 주유소 정책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27일 동맹휴업에 돌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이용할 경우 리터(ℓ)당 100원을 인하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수백억 원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실제 인하 효과는 국민을 우롱하는 수준”이라며 “알뜰주유소 정책은 주유소 업계만 벼랑 끝으로 내모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당장 실효성을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경쟁을 촉진해 주변 주유소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만큼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효성 없다 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며 “정부가 이달 중 알뜰주유소에 대한 주간 평균 공급가격을 공개한다고 했는데 다른 기존 주유소와 마진 등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이와 관련, 일부 주유소 단계에서의 초과 마진 방지를 위해 공급 및 판매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이달 중 알뜰주유소 주간 평균 공급가격을 공개하고, 알뜰주유소 평가 시스템, 삼성토탈 등 공급선 다변화 등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알뜰주유소 전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월 317개가 급증한 이후 3월부터 7월 말까지 월 50개 수준의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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