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야가 두 사안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법안처리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말로만 쟁점법안을 강조했을 뿐 정작 정기국회 때 처리한 쟁점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정기국회 중 세월호·예산 밀려 법안심사 실종
‘세월호 3법’(세월호특별법·정부조직법·유병언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른 국회 상임위 조정을 담은 국회법은 여야가 수개월째 협상을 벌인데 따른 결과물이었다. 정기국회 이후 10월 말까지는 여야간 세월호 협상에 여의도 정가가 사실상 멈춰섰다. 이 와중에 10월7~27일 당시 국정감사까지 겹쳐 법안심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여야는 세월호 파고를 넘자마자 곧바로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국회선진화법상 올해부터 예산안을 12월2일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난관이었다. 야당 정책위 한 관계자는 “통상 두 달 정도 잡는 예산심사를 한 달에 하려고 하니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진통 끝에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14건을 법정시한 안에 처리하긴 했지만, 어느덧 정기국회는 이미 종료일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여야는 정작 쟁점법안을 거의 다루지 못했다. ‘부동산 3법’ 등 여야가 부딪히는 각종 경제법안을 비롯해 △김영란법 △북한인권법 등은 계속 표류하게 된 것이다. 쟁점법안은 보통 그 정책수요가 크다. 입법권을 가진 여야가 각각의 중점법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세월호 같은 메가톤급 이슈에 묻혀 법안처리는 사실상 방치하는 행태가 올해도 반복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안처리 시간 확보해야‥국정감사 수술 필요”
상황이 이렇자 제도적으로 법안처리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정기국회 중 3주간 진행되는 국정감사를 수술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인 의견이다. 또다른 국회 관계자는 “매해 터지는 대형 이슈들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관리하기 힘들다”면서 “다만 국정감사 일정을 당기면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더 심도깊은 예산안 심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행 국정감사·국정조사법을 보면, 국회는 매년 정기국회 이전에 30일 이내의 기간 동안 국정감사를 실시하도록 명시돼있다. 여야가 현행법만 지키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간 여야는 이를 무시하고 ‘본회의 의결로 정기국회 기간 중에 감사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만 우선해왔다.
대형이슈에 ‘올인’해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권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안심사가 밀리는 것은 당면한 현안에 집중해 단기적인 지지율 끌어올리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면서 “이에 대한 여야의 의식 문제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