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강은 경상남도 거창의 삼봉산에서 발원해 합천을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강이다. 최근 일부 동호인들사이에 알려지면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강을 찾는 목적은 래프팅 체험 때문이다. 합천보조댐 밑에서부터 용주에 이르는 약 2.5km 구간 운영되는 래프팅은 물살이 세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간혹 물이 흐르는 방향을 잊어버릴 정도로 물살이 세지 않아 줄 곧 노를 저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황강의 숨은 매력은 바로 래프팅이 아닌 수변로를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비경이다. 지름 100m 정도의 강속 호수와 민물수초, 수풀버들 숲과 그 사이로 난 물길, 철새떼 등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로움과 쾌감을 전달한다. 래프팅 강사 이성민(모아레벤트·30)씨는 “새벽녘의 황강은 물안개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마치 천상에 오른 듯한 느낌”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 만날 수 없었다.
이 무릉도원을 만나기 위해선 뱃길을 이용해야 한다. 카약을 직접 가지고 오거나 아니면 래프팅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 볼 수가 있다. 래프팅은 협동심을 키우는 좋은 수상레포츠다. 이 곳 황강은 단체로 래프팅 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사실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래프팅의 ‘스릴’ 을 포기하기로 했다. 수변로를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비경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배를 강에 밀어 넣고 천천히 노를 저어나가면 사람의 손길이 하나도 닿지 않은 듯한 원시 수풀림들이 모습을 드러난다. 너무나 물살이 약해 지루한 느낌이 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노를 놓을 수 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
잔잔한 호수에 서로 겹쳐 놓은 듯한 비친 짙은 녹음과 저 너머 한창 노닐고 있는 하얀 백로와 청둥오리들이 눈 속으로 들어온다.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하던 일을 멈추고 서서 가만히 눈을 마주친다. 마치 저들이 사는 세계로 들어온 허락받지 않은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그러다 이내 날개를 펴고 수면 위로 날아오른다. 정지되어 있던 그림 같은 풍경이 갑자기 튀어 나온 듯한 그런 풍경이다. 다시 주변이 조용해지자 노 젓는 소리와 일행들의 말소리에 묻혀 있던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체모를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다. 이제는 숨 소리 마저 조심스러워질 정도다. 어느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소리의 아름다움이다. 적막한 침묵이 이어지자 잠자리 떼가 몰려와 배 위에 하나 둘 앉는다. 이제는 불청객이 아닌 이들의 세계에 동화된 듯 한 기분마저 든다. 물살이 너무나 잔잔해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저 그림 같은 풍경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다 현실로 나가는 문처럼 저 멀리 우리를 기다리는 차가 보인다. 약 1시간 동안의 짧지 않은 체험이었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
혹여나 래프팅의 짜릿함에 빠져 황강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놓칠지 모를 다른이들이 안타까워졌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지 않았나. 스릴을 포기하고 이 곳을 음미할 수 있는 그런 용기만 있다면 황강은 살며시 다가와 속살을 열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이 물길 위에서가 아니면 이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리가 있어 수변로를 따라 깊숙이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하지만 다리가 끊어진 후에는 이동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반대편 산을 넘어오는 방법이 있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황강을 더 개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록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이탈리아의 유명한 베네치아처럼 이 곳 황강에 곤돌라를 띄워 보는 것은 어떨까.
|
▲여행메모
▶가는 길
◇자가용: 경부 고속도로 이용시: 대구 → 88고속도로→ 합천→ 황강레포츠공원
중부내륙고속도로 이용시 :김천JC→ 고령IC→ 황강레포츠공원
구마고속도로 이용시 : 창녕IC→ 청덕면→황강레포츠공원
대진고속도로 이용시: 단성IC→ 생비량면→ 황강레포츠공원
◇버스: 서울남부터미널(1일6회 운영) → 합천버스터미널→시내버스 승차→황강레포츠공원 하차(4시간 30분소요)
▶볼거리
- 합천영상테마파크가 호러마을로 여름기간 내내 변신한다. 밤마다 음산한 울음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진다. 서울의 옛 모습들을 모두 볼 수 있는 건물들이 귀신의 집으로 변신하는 등 아이디어 넘치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 합천의 황매산은 4계절이 풍부한 산이다. 봄에는 철쭉이 장관을 이루고, 가을에는 억새가 바다를 이룬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가야산 국립공원은 저지대로 ‘가야산 소리길’이 조성돼 있다. 이 길은 저지대 수평 탐방로로 조성되어 누구나 탐방할 수 있다.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행사장~영산교까지 약 6km, 탐방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다. 홍류동계곡과 소나무 숲을 걸으며 계곡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홍류동계곡은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경치가 장관이다. 또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자연생태, 역사문화, 자연경관 등 3가지 테마로 가야산 소리길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