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5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연수 중이던 반기문 당시 참사관(과장급)은 미국 학계·법조계 인사 130여 명으로 구성된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이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앞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주미 대사관에 보고했다.
이 서한은 1월10일 전 전 대통령에게 발송될 예정이었으며 반 총장은 이보다 사흘 앞서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해 당시 유병현 주미 대사에게 보고했다. 이는 ‘김대중 동정’이라는 제목의 전보로 8일 본국의 이원경 외교부 장관에 보고됐다.
반 총장은 당시 외교부 소속이긴 했지만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연수하던 시절로 현업에서는 물러나 있는 상태였다. 외교문서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망명기간 동안 그의 동정을 철저하게 감시한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직전인 같은해 1월30일에도 김 전 대통령과 관련 정보를 한차례 더 보고했다.
하버드대학교의 교지인 ‘하버드 크림슨’지의 23일자 신문에는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직전 인터뷰가 실렸다. 신문은 당시 김 전 대통령의 귀국 계획을 소개하며 “한국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길 희망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실었다.
한편 당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측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교활하고 믿지 못할 인물”(1월 29일 외무부 보고), “간교한 인물”(2월 9일 주한미국대사관 1등서기관과 외무부 미주국장 면담) 등의 표현을 쓰며 폄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