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美 연수 중 망명 중인 'DJ 동정' 보고

1985년 연수 중에 美학계의 'DJ 안전귀국 요청 서한' 발송계획 대사관에 보고
  • 등록 2016-04-17 오후 3:25:38

    수정 2016-04-17 오후 3:25:38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80년대 외교부 공무원으로 미국 연수 시절 당시 미국에서 망명생활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과 관련 상황을 적극적으로 상부에 보고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17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5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연수 중이던 반기문 당시 참사관(과장급)은 미국 학계·법조계 인사 130여 명으로 구성된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이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앞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주미 대사관에 보고했다.

이 서한은 1월10일 전 전 대통령에게 발송될 예정이었으며 반 총장은 이보다 사흘 앞서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해 당시 유병현 주미 대사에게 보고했다. 이는 ‘김대중 동정’이라는 제목의 전보로 8일 본국의 이원경 외교부 장관에 보고됐다.

반 총장은 당시 외교부 소속이긴 했지만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연수하던 시절로 현업에서는 물러나 있는 상태였다. 외교문서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망명기간 동안 그의 동정을 철저하게 감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은 서한에서 “민주주의와 인권문제에 대한 헌신적 노력으로 세계에서 존경을 받는 김대중이 귀국할시 안전과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라면서 “국내적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모든 국가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런 노력이 귀국의 1985년 국회의원 선거,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올림픽 게임과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화합을 성취하는데 중대한 요소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직전인 같은해 1월30일에도 김 전 대통령과 관련 정보를 한차례 더 보고했다.

주미대사관측이 1985년 1월30일 외교부 장관에게 보낸 ‘김대중 동정’ 전보에는 “하바드에 연수 중인 반기문 연구원이 보내온 85.1.23자 The Harvard Crimson 지의 김대중 관련 보도를 별첨 송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버드대학교의 교지인 ‘하버드 크림슨’지의 23일자 신문에는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직전 인터뷰가 실렸다. 신문은 당시 김 전 대통령의 귀국 계획을 소개하며 “한국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길 희망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실었다.

한편 당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측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교활하고 믿지 못할 인물”(1월 29일 외무부 보고), “간교한 인물”(2월 9일 주한미국대사관 1등서기관과 외무부 미주국장 면담) 등의 표현을 쓰며 폄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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