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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과 국정 철학이 맞아야 할까. 이를 두고 지난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은 뜨거웠습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대통령과 철학이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며 “버티면 불쌍하고 가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직원들이 소신 없고 비굴하다고 한다”고 발언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지말아라”고 비판했고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막말 논란을 떠나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중앙행정기관에 대해 위상을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언론 독립성 이유로 임기 보장된 여야 합의제 구조로
방통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습니다. 특이하게도 5명의 상임위원 중 여권(대통령·여당 3명)과 야권(야당 2명)이 상임위원을 추천하는 합의제 기구죠. 아마, ‘여야 합의제’로 운영되는 중앙행정기관은 방통위가 유일할 겁니다.
이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등 언론을 규제하는 기능 때문입니다. 일정 요건을 갖춰 등록하는 신문과 달리, 방송(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은 승인받거나 허가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행하는 주체가 일반 부처(독임제)와 같다면 언론 자유나 언론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이런 위상은 방통위 국감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서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방통위는 지금과 같은 대통령 직속 기구로 돼 있고, 여야 합의제 위원 구성, 위원들의 임기 보장 조항도 그대로죠.
진흥이나 통신·인터넷 규제는 일반 행정기구와 유사
다만, 현실적으로는 방통위는 방송 규제권만 행사하는 게 아닙니다.
방송 광고 규제 정책에 따라 방송 발전 정도가 달라질 테니 일종의 진흥 정책이라고 할 수 있고, 통신·인터넷과 관련해선 이용자 보호 활동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행 점검 같은 시장 질서 감시행위를 하니까요. 국회에서 통과된 인앱결제강제 방지법의 후속 점검도 방통위 몫입니다.
그런데 후자의 일들은 사실, 대통령의 철학에 따라 더 분명해질 수도 흐릿해질 수도 있는 이슈죠.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플랫폼 자율규제’나 ‘민간 주도의 규제혁신’ 같은 키워드에서 방통위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방통위에는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방송규제)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방통위 흔들지 말고 미디어혁신위부터 만들어야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 업무 중 방송 규제는 독립성이 중요한 영역이고 통신 규제와 진흥업무는 정부 철학과 같아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방안에서도 합의제 행정기구로 존속하기로 돼 있고 위원 임기제도 폐지하지 않았다. 방통위를 자꾸 흔들지 말고, 미디어 융합시대에 이런 조직 구조가 효율적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법에 보장된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정치적인 이유로 흔들게 아니라, 윤석열정부가 공약했던 ‘미디어혁신위원회’부터 구성해 인터넷동영상방송(OTT) 시대에 맞는 미디어 진흥과 규제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방통위는 수년 전부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정부 부처간 관할다툼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