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리스크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수출보험에 가입한다. 혹시 모를 위험이나 손실에 대비해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수출보험공사의 수출보험 이용률은 25%에 달했다. 우리나라 수출물품 4개중의 1개가 모두 수보의 지원을 받아 수출된 셈이다. 세계 11위 규모로 올라선 한국의 수출 뒤에는 `보이지 않는 손` 수보가 있다는 셈이다.
◇ 군살빼기의 달인
수보가 수출보험 전담 공기업으로 독립한 1992년 당시 수출지원 실적은 1조8000억원이었다. 이러던 것이 지난해 130조원으로 70배 이상 늘었다.
수출보험의 규모는 이처럼 커졌지만 같은 기간 인원은 169명에서 444명으로 2.6배 증가에 그쳤다. 1인당 지원실적, 즉 노동생산성은 당초 107억원에서 2923억원으로 27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입은행의 1인당 생산성 796억원, 신용보증기금 139억원 등 국내 유사기관과 비교해 보아도 탁월한 수준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임원 연봉 40% 삭감과 직원 임금동결에 이어 올해도 임원과 부서장 이상 직원의 급여 3~10% 반납을 결의했다. 또 전체 급여수준에 비해 다소 높게 유지되던 대졸신입 사원의 초임을 25% 대폭 삭감했다.
급여 반납과 삭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월 수보는 55명의 청년인턴을 채용했다. 이는 정부 권장 채용인원인 20명보다 두배 이상 많은 규모다.
조직내 성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지난해 공기업 최초로 차등 직무급제를 도입해 같은 직급이라도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보수가 지급되도록 하고 있다. 조직내 모든 직위에 직위공모를 실시해 나이에 상관없이 역량을 갖춘 적임자가 해당 직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전체 팀장 중에서 성과가 부진한 10%를 직위해제해 내부경쟁이 촉진되도록 했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수보는 지난 4월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꼽은 5개 모범 공기업에 포함됐다.
◇ 글로벌 위기에 `할 일` 늘었다
수출 전선의 `보이지 않는 손` 수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수출보험을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딜 메이커(Deal Maker)`의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4월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를 초청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 전무한 상황에서 대형 바이어를 불러들여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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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금융시장 여건이 경색되면서, 경쟁력 있는 금융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사업수주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수보 관계자는 "해외 대형 기업을 초청해 국내에서 투자설명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금융기업을 초청해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수보는 올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수출보험 지원목표를 전년도 지원실적대비 30% 증가한 170조원으로 늘렸다. 이런 때일수록 적극적인 수출지원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보 관계자는 "올해 목표는 수출촉진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며 "수출보험의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해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수보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이 일시적인 자금사정 악화로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총 6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작년 1조5000억원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난 규모다.
12개 시중은행과 수출중소기업 금융지원협약도 체결했다. 일정 신용등급 이상인 중소기업에 대해 수보가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경우 협약은행이 신속하게 대출을 해주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이 내야하는 보증료와 대출금리도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낮춰 부담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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