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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26일 유엔 총회 참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가 다자외교의 장이고, 우리를 둘러싼 외교 갈등이 첨예하지만 가장 먼저 풀어야할 과제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이라는 의미다.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 속 靑 비핵화 문제에 집중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의제는 조율 중이라서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의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워 정상간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이 어렵게 잡혀서 거기에 집중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당초 유엔 총회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대참이 유력했다. 그러나 2주를 앞둔 시점에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으로 방향이 선회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 북미가 서로를 향한 대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면서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 커졌다는 의미다.
어렵게 재개된 대화 분위기 속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의견을 조율하고, 힘들게 조성된 북미간 대화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다.
볼턴도 경질한 美, 실무협상 여지 만들기 주력
이번 제 74차 유엔 총회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자외교 자리라는 점에서 한·일 혹은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북미 대화 재개에 이번 순방 목표를 집중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러가지 것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선택된 일정들을 중심으로 유엔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어렵게 성사된 배경이 북미 대화 촉진인 만큼 다양한 외교 문제를 풀기보다는 북미 대화 재개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굿이너프딜’ 다시 테이블 위?…北 ‘체재 보장’ 제안 가능성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굿이너프딜’을 다시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은 일괄타결 방식의 ‘빅딜’을 고수했고 북한은 단계적 해법의 ‘스몰딜’로 맞서왔다. 우리가 하노이 결렬 이후 제시했던 ‘굿이너프딜’도 고려될 수 있다. ‘굿이너프딜’은 북한이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건인 스몰딜을 미국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조건으로 만들어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주장했던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고 군사적 측면의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운신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이 같은 경우 한미가 제재 완화 대신 ‘체제 보장’ 카드를 북한에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