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분담금 부담에 재건축 두고 1기 신도시 주민갈등 격화

일산 문촌16, 강선14 주민 약 30% 재건축 선회
리모델링 '매몰 비용' 발목…건설사, 수주 소극
  • 등록 2023-03-07 오전 10:12:07

    수정 2023-03-07 오전 10:12:07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정부가 재건축 요건을 대폭 완화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한 지 한 달 남짓 지나며 해당 단지에선 내분이 확산하고 있다. 재건축 요건이 까다롭던 시기 대안으로 리모데링을 선택한 단지가 대부분인데 용적률 상향되는 등 재건축 기준 완화로 오히려 재건축이 더 이득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 공사비 증액으로 리모델링 분담금 메리트도 줄어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각각 주장하는 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산 문촌마을 16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최근 컨설팅업체에 의뢰한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용면적 105㎡ 기준 리모델링 분담금은 약 4억2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해당 보고서는 전용 85㎡ 기준으로도 3억 2000만원이 넘는 분담금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최근 자재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예상 물가상승률(3.5%)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문촌 16단지는 지난해 9월 포스코건설을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로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 주민 사이에선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하고 재건축 조합을 재설립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현재 문촌 16단지는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한 주민 비율만 32%에 달한다.

올해 들어 현대건설이 최종 시공사업자로 선정된 일산 강선마을 14단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현재까지 리모델링 찬성에서 반대로 선회한 비율이 25% 안팎이며 비중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강선14단지 재건축추진위원장은 “리모델링 조합에선 빨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싶어서 이미 임시계약까지 급하게 마친 것으로 아는데 주민 동의 75%를 채우지 못하면 어차피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이미 75% 동의율 확보하지 못 한데다 주민 사이에선 1기 신도시법 발표 이후 용적률 350%만 된다 해도 15평 남짓 늘어나고 분담금도 큰 차이가 없어 재건축 의견에 대부분 동의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든 ‘매몰비용 회수 여부’가 주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선마을 14단지 주민 A씨는 “현재 리모델링을 원치 않아도 재건축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한 주민 대다수는 매몰비용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받은 안내책자에 따르면 2차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리모델링 조합이 지출한 비용은 조합원이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돼 있어 이 부분을 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시의 일산신도시. (사진=연합뉴스)
문촌 16단지 거주 중인 주민 B씨는 “통상 조합원 반대로 조합 해산되면 매몰비용청구 소송을 걸 테지만 2차 동의나 앞선 동의 절차 과정 등을 반영해 조합에 청구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비용을 청구하더라도 차라리 빨리 해산하고 더 이득이 되는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게 비용을 상쇄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도 최근 같은 상황에선 굳이 리모델링 사업 수주전에 큰 이점를 못 느끼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솔직히 시장 상황이 좋다면 리모델링 보다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게 더 이득이다”며 “건설사로서는 어떤 사업이건 수주하면 좋긴 하지만 사실 리모델링은 재건축이 막혀 있던 시절 대안으로 건설사가 제시하던 사업이라 사활을 걸며 매달릴 상황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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