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협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 실장(사진)은 ‘동양, STX 그룹의 구조조정과 예상되는 효과’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류 실장은 “내가 점쟁이도 아닌데 구조조정의 정확한 날짜를 어떻게 맞출 수 있겠냐”며 “다만 그룹 출범 이후 문어발식 확장 정책이 너무 오랜기간 계속됐고, 대규모 자금요소가 외부차입금을 통해 충당돼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17회 SRE에서 워스트레이팅에 선정된 두 회사에 대해 “동양은 오랜기간 아픈 상태였고, STX는 급격하게 상태가 안 좋아진 급성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였다. 둘 다 병원에 가야 하는 상태에서 이제야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양은 IMF를 겪은 지난 2000년부터 재무적으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었다. 류 실장의 표현대로 ‘아프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된 상태’라는 것. 당시 비금융계열사의 경우 시멘트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계열사내 큰 부실이 없는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시도했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반면 STX그룹은 대규모 M&A와 시설투자를 통해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해오던 중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조선업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2007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조선업은 2008년을 기점으로 물동량이 급감한 반면, 기 발주된 선박이 많아 공급은 증가하면서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됐다.
그는 두 그룹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다소 상반된 시각을 내놨다.
한편 “조선업은 공급과잉과 해운시장 침체로 인해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올해도 조선시장의 단기적인 수급여건이 쉽지 않아 수익성 부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STX의 경우, 이제 공은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다”며 “채권단에서 6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에 합의한 만큼,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7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7th SRE는 2013년 5월15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