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마다 기암절경 ‘자태 곱구나’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 전북 진안·완주 운장산
  • 등록 2009-02-19 오후 12:50:00

    수정 2009-02-19 오후 12:50:00

[경향닷컴 제공] 운장산은 전북 도청 소재지인 전주 가까이 있으면서도 때묻지 않은 자연미가 살아 있는 산이다. 이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산줄기가 사방으로 뻗어있는 데다 산세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진안 고원의 서북방에 자리하고 있는 운장산은 부귀·정천·주천 3개면과 완주군 동상면에 걸쳐 있다. 높이는 1126m로 노령산맥의 주봉이다.

운장산(雲藏山)이라는 이름은 드높은 산에 언제든 구름이 감돈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언제부터인가 운장산(雲長山)으로 고쳐져 불리고 있으나, 진안군지에는 추줄산으로 기록된 것으로 봐서 옛이름인 듯하다. 산의 정상 부근에는 옛 산성의 자취가 남아 있다. 

▲ 전북 운장산은 사방으로 뻗어나간 산세와 기암절경, 골골마다 품은 비경 등 자연미를 자랑한다.

주봉 주변은 800~1000m의 고산지대를 이룬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보면 연석산·옥녀봉·구봉산·부귀산 등이 웅장한 산세를 형성하고 있다. 운장산은 동봉·중봉·서봉의 3개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퇴적암과 화강암류가 많아 산마루에는 암석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사방으로 능선이 뻗어 있으며, 깊고 긴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서쪽에서 흐르는 계곡은 만경강 상류를 이루며 대아·동상 저수지 등에 물을 댄다. 진안고원과 잇닿아 있는 능선에서는 금강 상류의 지류인 주자천·정자천 등이 발원해 만경강과 금강의 분수령이 된다.

운장산은 골짜기가 많은 게 특징이다. 운장산 휴양림(정천면 갈룡리 갈거마을에서 복두봉으로 오르는 길), 쇠막골(정천 봉학리 가리점에서 깔그막재로 오르는 길), 늑막골(주천면 대불리 학선동에서 복두봉에 이르는 길)이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대불리에서 주양리까지 12㎞에 이르는 주자천 계곡은 물이 맑고, 암벽과 숲에 둘러싸여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많다. 특히 계곡 입구인 운일암반일암 계곡은 좌우로 명도봉(해발 863m)과 명덕봉(846m)이 가까이 있어 항상 한기가 서리고 겨울에는 하루에 2시간 정도만 햇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계곡이 깊다. 또 계곡마다 기암절경을 이루고 사계절의 경치가 뚜렷해 등산과 함께 계곡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 일대에는 산죽이 많이 자란다. 감나무도 많이 자라는데 예로부터 씨가 없고 품질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다.

운장산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군산 앞바다, 북쪽으로 대둔산, 동쪽으로 덕유의 웅봉들, 남쪽으로 마이산과 그 뒤에 버티고 솟아 있는 성수산, 덕태산, 팔공산의 위용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높이가 만만치 않은 데다 골짜기가 많고 계곡마다 비경을 품고 있는 산이기에 운장산은 많은 산악인과 등산 애호가들이 반드시 찾는 산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운장산휴양림엔 숲속의 집 9동, 산림문화휴양관 1동 12실, 숲속 수련장, 야영장 등 다양한 산 림휴양시설이 갖춰져 있어 웰빙 휴양처로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곳 휴양림이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휴양림 근처에 갈거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휴양림 입구에서 운장산 정상으로 통하는 약 7㎞의 깊은 계곡이 바로 갈거계곡이다. 울창하게 공간을 가득 메운 원시수림과 계곡에 흐르는 차가운 옥류수는 때묻지 않은 비경이다. 낮에는 가족들과 물놀이를 하거나 시원한 계곡 그늘가에서 독서를 하고 밤에는 가족, 연인 또는 친구들과 휴양림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운장산 북쪽 등산로 이용객 많아 낙엽송숲 벗삼아 하산

운장산은 북쪽인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기점과 남쪽인 부귀면 궁항리 기점이 주등산로다. 북쪽 등산로를 이용하는 이가 훨씬 많다.
가장 인기있는 북쪽 운장산 코스는 55번 지방도상의 피암목재에서 금북정맥을 타고 활목재를 거쳐 서봉 정상에 올라선 다음 주봉과 동봉을 거쳐 동봉 북릉을 따라 내처사동으로 내려서는 코스다.

금북정맥 구간은 산행 시작부터 경사가 급해 애를 먹이지만 20분쯤 지나면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진안 일원의 산봉들이 좌우로 웅장하게 솟구친다. 이 코스는 동쪽으로 덕유산에서 육십령과 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더불어 그 안쪽의 고산준령을 즐길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말귀 같은 마이산 쌍봉도 쫑긋 반갑게 맞아준다.

하산은 대개 주봉과 동봉을 거쳐 북릉을 타고 내처사동으로 한다.

동봉 북릉은 가파르고 숲에 가려 조망은 신통치 않지만, 상단부 얼레지 군락과 하단부 낙엽송숲이 인상적인 호젓한 능선이다. 주변 산세를 둘러보며 쉬엄쉬엄 걷고, 산정에서 점심식사까지 마치더라도 4시간이면 넉넉하다.

연동마을 연석산 코스도 있다.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와 진안군 부귀면 궁항리 2곳에 있으나, 전주에서 노선버스가 닿는 사봉리 기점 원점회귀 산행이 주로 이루어진다. 사봉리 일원은 가을이면 나무마다 빨간 감이 매달리는 감나무골 같은 곳이다. 산행은 사봉리 연석사 들머리에서 정상부 중앙을 가로지르는 연동골로 들어서다 계곡 갈림목에서 왼쪽 길을 따라 남릉으로 올라서거나, 또는 곧장 올라 남서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데, 대개 금남정맥인 남릉을 따라 정상에 오른 다음 남서릉으로 하산한다.

산에 자신이 있다면 연석산~운장산~구봉산 종주산행이 백미다. 백두대간을 제외한다면 가장 장쾌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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