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경기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30대 박모씨는 지난해 10월 초 코로나19 백신 2차(화이자) 접종을 했지만 3차 접종은 하지 않고 있다. 2차 접종 직후 고열과 함께 심한 몸살을 앓았고, 일시적 고혈압 증상까지 경험해 최대한 간격을 두고 맞기로 한 것이다. 박씨는 방역패스 유효기간인 180일이 끝나는 오는 4월 초로 3차 접종 예약을 했지만, 방역패스 중단 소식을 듣고 예약을 취소했다. 박씨는 “회사에 매일 출근하고 점심도 먹어야해 방역패스 때문에 3차 접종을 예약했는데, 이제 굳이 맞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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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1일부터 무기한 중단하고, 확진자의 미접종 동거가족까지 자가격리를 면제하면서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 커지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미접종자 보호를 목적으로 방역패스 유지를 강조했던 정부가 사흘 만에 입장을 뒤집어 ‘정치 방역’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오락가락’ 방역으로 11세 이하 유·소아를 비롯한 미접종자와 1·2차 접종한 청소년·성인 등 약 2000만명의 접종 미완료자들이 향후 백신을 맞을 동력이 꺼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도 이날 ‘예약 취소’가 인기 키워드 상위권에 올랐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만 12세 이상 백신 접종 미완료자(방역패스 대상자)는 △미접종 222만 2840명 △1차 접종 49만 575명 △2차 접종 1286만 6575명 등 총 1557만 9990명이다. 여기에 이달부터 접종을 시작할 소아(5~11세를) 포함한 11세 이하 유·소아 423만 4307명까지 포함하면 약 2000만명을 백신 접종 미완료자로 분류할 수 있다. 방역패스 무기한 중단으로 이들이 추가 접종을 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0시 기준 3차 신규 접종자는 14만 1429명에 그쳤고 전체 접종률도 61.4%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는 3일부터 연말까지 1억 3950만명분의 백신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 방역패스가 중지된 1일, 질병청 홈페이지에 ‘예약 취소’가 인기키워드 3위에 올라있다. (자료=질병청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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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도 접종 동력이 떨어질 것을 인정했지만, 반복 권고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일(2월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방역패스 중단으로 청·장년층의 3차 접종률에 대한 유인책이 떨어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방접종이 본인의 건강을 보호하고, 위중증 예방, 오미크론 대응 등에서 필요한 상황이라 3차 접종까지는 마무리해주길 다시 한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확진자가 늘고 사망자도 발생한 11세 이하 소아에 대한 백신 접종도 구체적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미접종군인 소아들이 가족 내 감염 및 전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23일 한국화이자제약이 수입품목으로 허가 신청한 5~11세용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0.1mg/mL(5-11세용)’를 허가했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식약처 허가 후 1주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접종안을 내놓지 않고 이달 중 발표만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아에 대한 백신 접종은 적기를 이미 놓쳤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청 계획대로 3월에 논의해서 이달 말에 접종해도 오미크론 정점 및 유행기는 다 지나간다”며 “소아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번 맞고 2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오니 5주가 지나야하는데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