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3주정도면 신년을 맞이하지만 제약사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전문약 시장이 위축된데다 연초 예정된 약가인하 정책으로 매출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000640),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등 상위제약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내제약사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다.
통상 매년 10월부터 11월까지 다음연도 매출 목표, 신제품 발매계획, 세부적인 영업전략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외부환경 변화로 내년 사업 운용이 불투명해 사업계획 마련 시점을 미루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우선 내년 초 예정된 고강도 약가인하 정책이 걸림돌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약품의 약가를 평균 14% 깎는 새로운 약가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품목별로는 최대 46%의 약가인하가 예상될 정도로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새 약가제도에 대한 위기감은 크다. 업체별로 주력 품목들이 대거 약가인하가 예상돼 큰 폭의 매출 손실이 예고됐다. 일부 업체는 연간 100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실정이다.
제약사들은 품목별 약가인하가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인하처분 집행금지 가처분 소송과 새 약가인하 정책의 위법성을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내년 약가인하에 따른 정확한 손실을 추정할 수 없어 내년 매출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작년부터 이어온 전문의약품 시장 위축도 제약사들의 내년 목표 실적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감시로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대다수의 제약사들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누계 코스피 상장 제약사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2% 증가율에 그쳤다. 두 자리수 성장을 거뜬하게 해왔던 예년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다.
내년에 열리는 대형 복제약 시장도 많지 않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 매출 400억원대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연간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중인 신경병증통증치료제 ‘리리카’ 정도만이 내년에 복제약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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