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장남 전재국 '유령법인' 설립..6년 이상 보유(종합)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 페이퍼컴퍼니 설립
해외 법인 계좌 만들어 자금 운용 정황 포착
  • 등록 2013-06-03 오전 11:24:33

    수정 2013-06-03 오전 11:35:34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유령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일명 ‘전두환법’으로 불리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 시효 연기 등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인물은 전재국 대표로, 뉴스타파 측에 따르면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8월13일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퍼컴퍼니 설립대행업체인 PTN의 자료에 따르면 전 대표는 2004년 8월13일 블루 아도니스의 단독 등기이사로 선임됐으며, 등기이사의 주소로 서울 서초동 1628-1번지를 기재했다. 이 주소는 전 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본사 주소와 동일하다. 또한 블루 아도니스 주식청약서와 이사 동의서, 주식인증서에서는 전 대표의 영문 자필성명이 발견됐다.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달러짜리 회사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한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다. 전 대표는 이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위해 싱가포르 선택시티에 있는 현지 법률회사(PKWA)를 이용했다.

뿐만 아니라 전 대표는 블루 아도니스를 설립한 뒤 이 회사의 이름으로 법인 계좌를 만들었다. 블루 아도니스 법인 계좌를 만든 곳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 확인됐다. 이 은행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은 하지 않는 곳이다. 특히 여기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간부 2명은 2차 명단에 포함됐던 조민호 전 SK증권 부회장의 비밀계좌도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전 대표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기인 2004년은 검찰이 동생 전재용씨에 대한 조세포탈 수사로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불거졌을 때다. 따라서 전 대표가 이 시기에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를 만들고, 가지고 있던 자금을 이 계좌로 급하게 옮기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는 설명이다.

뉴스타파 측에 따르면 전 대표는 최소 6년 이상 이 회사를 보유했으며, 이와 연결된 해외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인 정황도 포착됐다. 전 대표는 현재 뉴스타파 측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뉴스타파 측은 전 대표가 운용한 구체적인 자금 규모 등에 대해서는 “규모를 추정할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다만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전형적인 프라이빗뱅킹(PB)인만큼 상당히 큰 손 고객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스타파는 지난달 22일부터 현재까지 연극배우 윤석화씨와 남편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이수영 OCI 회장(전 경총 회장), 이수형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등 총 18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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