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 롯데월드몰로 넘어가지 않았다

송파 잠실에 롯데월드몰 오픈 이후 한달
‘10분 거리' 현대百 무역센터점, 갤러리아 명품관 매출 오히려 늘어
"강남 부자들, 주차장 불편한 롯데월드몰 이용하지 않는 듯"
롯데 "국내 최초 브랜드만 50여개..경쟁력 남다르다" 강조
  • 등록 2014-11-30 오후 2:17:36

    수정 2014-11-30 오후 7:20:51

[이데일리 안승찬 김미경 기자] 지난 10월 송파 잠실에 롯데그룹의 역량이 집중된 롯데월드몰이 문을 열었다. 코엑스몰보다 2.5배 더 넓은 42만8934㎡(12만9753평) 면적에 90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최대, 최고, 최초 시설만 수십개다. 롯데측은 지난 한달간 롯데월드몰에 360만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1만명꼴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강남 주민들은 어땠을까. 강남의 소비자들은 그동안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나 갤러리아 명품관, 코엑스몰 등을 주로 이용했다. 만약 롯데월드몰이 강남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면, 강남의 상권 자체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사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코엑스몰 등과 롯데월드몰은 거리가 매우 가깝다. 직선 거리로 4km 수준이다. 차로 10분~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지하철로는 세 정거장이다. 사실상 같은 상권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행정구역이 다르다. 삼성교(영동대로를 기점으로 삼성역을 지나 잠실을 잇는 다리)를 기준으로 한쪽은 강남구, 한쪽은 송파구 잠실로 나뉘어져 있다. 압구정동에 오래 살았다는 한 주민은 “사실 거리상으로는 가까운데 이상하게 그쪽으로 건너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 입장에서는 강남 부자들을 얼마나 유인하느냐가 관건이고, 기존의 강남 텃줏대감 업체 입장에서는 얼마나 지키느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한달간 성적표는 기존 유통업체의 ‘수비’가 먹혀들었다. 지난 10월14일 롯데월드몰이 문을 연 이후 11월16일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현대백화점의 매출 성장률은 3.8%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069960) 관계자는 “무역센터점 식품관을 리뉴얼하느라 평소보다 찾아오는 고객이 조금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포와 차이가 별로 없었다”면서 “롯데월드몰이 처음 문을 열었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가 볼 수는 있겠지만, 강남 거주 고객들이 롯데월드몰로 넘어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이아 명품관 역시 10월14일부터 11월13일까지 한달간 매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5%를 기록했다. 전체 갤러리아백화점 성장률 2%보다 오히려 강남 명품관의 성적이 더 좋았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롯데월드몰이 있는 송파 잠실과 강남의 청담동 압구정동과는 알려진 것과 달리 상권이 차이가 있어 고객 이탈이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월드몰 내부 샤 롯데 계단
특히 롯데월드몰의 주차장 문제가 걸림돌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월드몰은 현재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고,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주차비가 든다. 요금은 10분당 1000원이고, 3시간 이후부터는 10분당 1500원으로 뛴다. 영화 보고 밥 먹고 쇼핑하느라 5시간을 주차하면 3만6000원을 주차비로 내야한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는 VIP 고객에게 발레파킹을 해주고, ‘살롱’ 컨셉의 VIP 라운지도 별도로 운영한다”면서 “주차장이 불편한 롯데월드몰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다 코엑스몰 리뉴얼까지 최근 마무리됐다. 코엑스몰은 롯데월드몰처럼 쇼핑 뿐 아니라 호텔과 영화관, 아쿠라이움 등 유사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엑스몰이 오픈하면 무역센터점의 매출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월드몰 입장에서는 고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롯데측은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월드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품관인 에비뉴엘동의 경우 주차예약을 한 VIP 고객에게는 발레파킹을 해주고 VIP 라운지로 곧장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만들어 놓아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롯데월드몰에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50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면서 “쇼핑의 경쟁력이 남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고객들이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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