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팀도 모르는 반기문 일정..'바쁘다 바빠'

'대통령' 말 않고 '권력의지' 표현
출마선언 없이 광폭행보..'점심식사 15분'
  • 등록 2017-01-14 오후 5:50:27

    수정 2017-01-14 오후 5:54:09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4일 충북 충주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시민환영대회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충주=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 언급 없이 연예인급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큰 인물’인 점을 강조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이미지를 선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언급 없이 ‘권력의지’ 보여

반 전 총장은 14일 오전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해 아버지 묘소에 귀국인사를 한 뒤 음성군민들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7분간의 귀국인사를 통해 “나라가 어렵지만 우리의 피에는 어려움을 이기는 유전자가 있다”며 “모든 사람의 인격과 존엄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나 선거와 관련된 언급을 피하면서도 권력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충청도 후보’라는 이미지에 갇히지 않겠다는 모습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꽃동네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꽃동네가 고향인 음성에 있어 자랑스럽다”면서 “충청에서 태어나고 자라났지만 충청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저는 대한민국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충북 음성에 이어 충주에서 이어진 환영행사에도 대선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기후변화협약·지속가능한 발전·여성인권 신장을 키워드로 유엔 사무총장 재직시절 자신의 업적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참석자들도 별다른 구호없이 태극기를 흔들었다. 사회자는 순수한 환영행사임을 거듭 강조하며 “정치적인 구호나 ‘반기문 대통령’ 등은 외치지 말아달라”고 권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대선 출마를 얘기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빠듯한 일정..수행팀도 “일정 예측 불가”

반면 일정은 대선주자에 버금간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하루 평균 네 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도 충북 음성 고향 마을을 방문한 뒤 곧바로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로 이동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죽을 먹여드렸다. 이동 중에 조류독감(AI) 거점소독소를 방문해 방역복을 입고 직접 소독약을 뿌리기도 했다. 이후 충주에 거주하는 어머니를 찾아 큰절을 올렸다. 충주체육관에서는 충주시민들과 만났다. 촉박한 일정 탓에 점심식사 시간도 15분밖에 갖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의 빠듯한 일정은 첫날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귀국 직후 공항에서 대국민보고회를 가진 이후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이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앞에서도 이웃주민들에게 인사했다. 이튿날인 13일 아침에는 현충원을 방문해 헌화하고 사당3동 주민센터를 들러 주민등록 신고를 마쳤다. 점심에는 김치찌개를 먹으며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은행에 들러 국내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김정훈 반 전 총장 대변인 보좌역은 “중간중간 여러 일정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저녁 10시까지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이러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요일인 15일에는 평택2함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난다. 천안함을 견학하며 안보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오후에는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시절 동료였던 박세일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빈소를 방문해 위로의 뜻을 표할 예정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AI거점소독소를 방문해 현장관계자로부터 방역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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