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힘 보태야죠”‥생업 포기하고 진도 현장 찾은 ‘민간 자원봉사자’

  • 등록 2014-04-20 오후 4:46:41

    수정 2014-04-20 오후 5:24:42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닷새째인 20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민간 자원 봉사자들이 급식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조진영 기자)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닷새째인 20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민간 자원 봉사자들이 구호물품으로 들어온 쌀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 조진영 기자)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진도=조진영 기자] “저 역시 4년 전 천안함 침몰 사고로 조카를 잃었습니다. 집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뉴스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존자를 구할 때까지 현장을 지킬 생각입니다.”

전북 군산에 사는 곽학종(50·남)씨는 세월호 침몰 소식을 뉴스로 접한 뒤 지난 17일 짐을 챙겨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경호 일을 하는 그는 구조 활동을 위해 생업은 잠시 뒤로 미뤘다. 곽씨는 21년 전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에서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당시에도 민간 구조대로 활동했다. 전문 다이버인 그는 한 명이라도 있을지 모를 생존자 구조를 위해 나흘째 검은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주부 김금순(52·여)씨도 사건 사흘째인 지난 18일 현장을 찾아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 3명도 김씨와 뜻을 같이했다. 김씨 일행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숙소가 모자라 잠은 인근 민박집 주인방을 얻어 자고 있다.

김씨는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생 딸이 있지만, 아이 또래들이 바다 아래서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집에 있을 수 없었다”며 “나도 이런 심정인데 아이를 잃은 유가족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여객선 침몰 사고로 슬픔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을 위로한 것은 정부나 정치권도 아닌 김씨와 같은 일반 민간 자원 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은 생업을 잠시 뒤로 미루고 현장을 찾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밥을 하고, 한 명이라도 있을지 모를 생존자 구조를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구조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얼굴 알리기에만 급급해 현장을 찾았다가 비난을 산 일부 정치인과 달리 민간 자원 봉사자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채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19일까지 244개 단체 5032명의 자원봉사자가 현장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시민들이 보낸 구호 물품도 속속 현장에 도착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됐다. 자원봉사 문의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시민들의 모금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희망해’에서는 17일부터 여객선 사고 희생자를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모금 운동은 시작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목표 인원인 5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희망해’에 21만원을 기부한 숨은천사(아이디)씨는 “충남 예산에서 (기부금을) 십시일반 모아 작은 희망을 보낸다”며 “바닷속에서 기적이 피어나길 기도한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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