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005380) 정기 주주총회장. 김광년 감사위원장이 지난해 감사위원회의 회계 및 업무에 대한 감사보고를 마치자 한 청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지난해 현대차 주총장에서 "직원들을 동원한 짜고 치는 고스톱식의 주총을 하지 말아달라"고 경영진에게 요청, 화제가 됐던 '17세 주주' 이현욱군이다.
그는 당시 양정고 1학년을 중퇴하고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현대차 주식 75주를 소유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도요타가 미국에서 로비자금을 대폭 늘리는 등 파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대응책을 따져 물었다. 이에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도요타 처럼 합법적 로비가 필요할 정도로 회사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군은 특히 "주총장에 현대차 직원들이 많은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총장에 동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도 발언권을 얻은 이 군은 "방금 감사위원장께서 보고를 하셨는데 이 감사보고서 안에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사실 등도 반영된 것이냐"며 김동진 부회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에게 송곳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곳 저곳에서 "회의를 빨리 진행하라"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이 군은 "삼성전자에서도 이런식으로 주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자본주의의 한계인가 보다"라면서 "실망했다"며 자리를 박차고 주총장을 나가버렸다.
주총장 분위기가 어느정도 수습된 듯하자 이번에는 "관악산에서 내려온 주주"라며 한 70대 주주가 발언권을 요청, 주총장이 또 다시 술렁거렸다.
그는 "8년째 현대차 주총에 참여하고 있다"며 "아까 그 청년이 지난해 주총에서 짜고치는 고스톱 주총이라고 비판했던 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특히 현대차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에 끌려다니는 것이라며 지난해 기부금이 늘어났는데 혹시 정치자금으로 흘러간 것이 아니냐며 김 부회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김 부회장은 "기부금에는 정치자금이 한 푼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 "재작년과 작년에 검찰조사가 있었는데 어떻게 정치자금이 있을 수 있겠는가. 다만 기부금이 늘어난 것은 국내외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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